김우진(金祐鎭)의 희곡.
3막. 1925년에 발표하였다. 김우진은 자연주의 희곡과 표현주의 희곡을 실험했는데, 이 작품은 초기의 자연주의계열에 속한다. ‘이영녀’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직업이 매춘부이다. 작가의 고향인 목포 유달산(儒達山) 판자촌이 무대인 이 작품은 한마디로 밑바닥 삶을 헤매다가 처절하게 죽어가는 창녀를 묘사한 것이다.
평범한 여자로서 남편과 세 아이까지 둔 주인공은 남편이 노동판에서 죽자 생계유지를 위해서 창녀로 나선다. 그런데 우연히 부유한 기혼남자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잠시 공장 여직공으로 일한다. 그러나 곧 그 남자의 성 노리개가 되어 고통을 겪는다. 결국 공장에서 뛰쳐나와 다시 창녀생활로 되돌아간다.
그녀에게 창녀생활이 순탄할 리가 만무하였다. 가난과 뭇 남성들의 성의 제물이 된 그녀에게 야성적인 동거남성이 생김으로써, 이영녀는 급격히 쇠약해지고 결국 영양실조까지 겹쳐서 죽고 만다.
이처럼 <이영녀>는 희곡사상 최초의 본격적인 자연주의 희곡이다. 그 점은 성과 빈곤의 극한상황 속에서 처절한 생을 마치는 한 여성의 인생행로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작품이 특별한 설득력을 지니는 것은, 작가가 자기 주변에서 직접 목격한 소재를 가져왔고 또 현장취재를 철저하게 한 데다가 식민지시대의 어두운 현실을 배경으로 삼아 사실성이 매우 높은 데 있다고 하겠다. 더욱이 이영녀라는 한 인물의 성격을 명료하게 그려내 생동감이 넘친다.
쇼(Shaw,G.B.)의 영향을 받은 김우진은 사회개혁적 측면에서 매음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희곡은 단 한번도 무대에 올려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