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로 고기떼를 후리면서 부르는 민요는 한반도 전 해안에서 불리고 있다. 지역마다 가락이 서로 달라 독특한 가락들을 이루고 있다. 마을사람들이 떼지어 그물로 멸치를 후리는 일은 모래펄이 질펀히 깔린 제주도 해안에서 성행하였다.
먼 바다에 나가서 그물로 멸치떼를 몰고 바닷가로 왔을 때 마을사람들이 일제히 그물을 끌어당겨야 하는 데는 모래밭이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래밭이 널리 깔린 구좌읍 김녕리나 종달리 일대에서 주로 멸치후리기가 성행하였고, 그에 따른 「멸치 후리는 노래」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멸치 후리기는 큰 그물을 동원하고 떼나 몇 척의 배를 동원해야 하므로 집단어로의 성격을 띤다. 이런 집단어로를 치르기 위하여 주민들은 30∼40가구 단위로 계를 조직하기도 하였는데, 이 계를 제주에서는 ‘그물접’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 멸치후리는 작업은 1960년대에 이르러 자취를 감추었고, 지금은 일과 분리된 채 민요만 전승되고 있을 뿐이다. 현재 예능보유자는 한성복씨이다.
「멸치 후리는 노래」를 제주도에서는 ‘멜후림소리’라 하는데, ‘멜’이란 멸치의 제주도말이며, 역동적인 가락으로 불리는 이 민요는 멸치를 후릴 때 그물을 잡아당기는 동작과 밀착되어 있다.
6/8박자의 2마디의 앞소리를 메기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6/8박자 2마디의 후렴구를 받는 형태로 계속된다. 이 민요의 음조직도 제주도 특유의 레종지 음계(레미솔라도)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제주도 토속민요의 일반적인 성격이 그러하듯이 이 민요도 본래는 장구 등의 악기반주를 수반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된 채 가창할 때는 장구장단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육지식의 굿거리 등의 장단을 수반하지는 않으며, 그냥 둥덩거리는 식의 반주만을 반복할 뿐이다. 선율선도 제주도의 전형적인 하행선율 구조로 되어 있다. 사설은 주로 멸치잡이와 관련된 노동을 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생활고에 대한 내용도 종종 나온다.
‘엉허야 디이여’라는 후렴구를 먼저 반복한 후, ‘동개코랑은 눈검은 여로’ 따위의 선소리를 메기면 계속해서 후렴구가 반복되는 형태로 노랫말이 전개되고 있다. 이 민요의 사설은 노동과 관련되어 있어서 그 고정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