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록』은 총 3권 1책의 한문 필사본이다. 남박(南礏, 1592~1671)의 『병자록』 상 · 하권과는 별개의 책이다.
『병자록』은 현재 여러 종류의 필사본 이본이 전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5종, 규장각에 2종, 장서각에 3종이 소장되어 있으며 이밖에 고려대학교 · 동국대학교 · 성균관대학교 도서관 등에도 소장되어 있다. 표제명이 ‘병자남한일기(丙子南漢日記)’·‘백등록(白登錄)’이라고 되어 있는 이본도 있다. 이본들 간에 내용상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1928년 조선박문서관에서 신활자로 간행한 『임진급병자록(壬辰及丙子錄)』은 한문 필사본 『병자록』에 토를 붙인 책으로, 한문 필사본 『병자록』과 비교하여 작품 수록 편차상의 차이를 보인다.
『병자록』의 말미에 기록된 후기를 통해 『병자록』의 편찬 배경과 목적을 살필 수 있다. 후기에서 저자는 병자호란의 참혹함을 후세에 알리기 위한 교훈의 목적에서 병자호란이 발발하게 된 원인을 비롯해 전란 중에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과 타인이 겪은 경험담 등을 사실적으로 기록하였음을 밝혔다.
『병자록』은 1636년(인조 14) 12월 12일 청나라 군대가 조선에 침입했다는 도원수 김자점의 장계(狀啓)를 받은 날로부터 시작하여 이듬해 2월 8일 세자와 봉림대군이 볼모로 심양으로 떠나간 날까지 57일 동안의 일이 일기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일기와 함께 일기의 앞부분에는 청나라 태조 누르하치가 후금을 세운 일, 정묘호란의 양상, 청나라와 조선의 관계 및 청나라의 성립 과정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뒷부분에는 조선의 임금이 항복한 이후 청나라 황제에게 보낸 글, 병자호란 당시 조선 장수들의 활동 상황, 강화도 함락의 진상 등에 대한 기록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는 부분은 「급보이후일록(急報以後日錄)」이다. 여기에는 저자가 청나라 군대에 포위되어 47일 동안 남한산성 안에서 보냈던 비통했던 나날들, 이민족의 지배자에게 무릎을 꿇어 항복하는 치욕의 장면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척화론자였기 때문에 시종일관 척화론자들을 옹호하는 반면, 자신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 하는 주화론자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병자호란이 발발하게 된 원인과 경과를 서술하는 데에도 반영되어있다.
저자가 전란 중에 겪은 전란의 참상과 고통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병자호란이 발발하게 된 배경부터 종식되기까지의 일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병자호란의 전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