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원약사경고적(本願藥師經古迹)』은 신라 승려 태현(太賢)이 주석한 『약사경(藥師經)』에 대한 주석서이다.
『속장경(續藏經)』 제1편 35투 2책에 수록된 것을 저본(底本)으로 삼고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 38권에 수록된 것을 대조(對照) · 교감(校勘)한 『본원약사경고적』이 『한국불교전서』 3책에 수록되어 있다.
『본원약사경고적』은 ① 경의 제목을 해설하고, ② 가르침의 수준을 밝혔으며, ③ 경의 본문을 따라 해석한 문헌이다.
먼저 경의 제목을 해설하는 부분에서 이 경은 원래 세 가지의 다른 이름이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첫째는 '약사유리광본원공덕(藥師瑠璃光本願功德)'이고, 둘째는 '십이신장요익유정결원신주(十二神將饒益有情結願神呪)'이며, 셋째는 '발제일체업장(跋除一切業障)'이라는 이름이다. 태현은 이 가운데 첫 번째인 현장(玄奘)이 번역한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藥師瑠璃光如來本願功德經)』을 모본(母本)으로 삼아 『약사경』을 해석하였음을 밝혔다. 그리고 경의 이름을 풀이하기를 "'약사유리광여래'는 귀의(歸依)해야 할 대상이고 '본원공덕'은 감응해야 할 덕이니, 온갖 고통을 뽑아서 없앨 수 있는 것을 비유에 의해 약사라고 하였고, 어떤 연(緣)도 통하지 않음이 없는 것을 유리광이라 하였으며, 닦으신 미묘한 행을 본원이라 하고 증득한 뛰어난 과보를 공덕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두 번째로 가르침의 수준[敎攝]을 밝힌 부분에서는 먼저 강남 지역 법사[南地師]의 교판(敎判)에 따라 가르침을 첫째 돈교(頓敎), 둘째 점교(漸敎), 셋째 편방부정교(偏方不定敎) 세 단계로 나누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약사경(藥師經)』은 셋째 편방부정교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태현은 이 기준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돈교와 점교 외에는 별도의 가르침이 없고, 대승과 소승(小乘)을 떠난 별도의 가르침도 없다고 하였다. 태현은 『약사경』이 대승의 인과(因果)의 공덕을 직설적으로 설하였기 때문에 그 설한 내용은 돈교이며, 또한 정토에 대해 숨긴 것 없이 설하였기 때문에 제3 요의대승교(了義大乘敎)라고 주장하였다.
세 번째로 본문을 해석하는 부분에서는 『약사경』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① 경을 설하게 된 인연을 설한 부분[經因起分], ② 문답을 통하여 널리 설하는 부분[對問廣說分], ③ 경의 이름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는 부분[聞名喜行分]으로 나눈 것이다.
경을 설하게 된 인연을 설한 부분에서는 『약사경』을 설한 주체인 박가범(薄伽梵)이 『불지경론』에서 설한 여섯 가지 뜻을 인용하여 풀이하였다.
문답을 통하여 널리 설하는 부분은 『약사경』의 실제 내용을 설한 것이어서 그 분량이 가장 많다. 태현은 이 부분을 크게 다섯 단락으로 나누었다. ① 보살이 청문(請文)을 성취하는 부분, ② 법왕(法王)께서 칭찬하며 허락함을 성취하는 부분, ③ 대중이 즐겨 듣는 것을 성취하는 부분, ④ 여래께서 설법하는 것을 성취하는 부분 등이다.
이중 ④ 여래께서 설법하는 것을 성취하는 부분은 여래가 세운 열두 가지 큰 서원을 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부분의 특징은 경의 분량에 비해 태현의 해석이 간략하다는 것이다. 경에서 “팔분재계(八分齊戒)를 한 해 혹은 세 달 동안 수지(受持)하고 그 선근으로 극락정토(極樂淨土)에 왕생하기를 원하였으나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람이 약사여래의 명호를 들으면 여덟 분의 보살이 영접하는 가운데 화생한다”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 태현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세 가지 문제를 제시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첫째, '팔재계(八齋戒)와 오계(五戒)는 차이가 있는가?'하는 의문을 설정하고 이는 인연에 따른 것일 뿐 가치에서 차이는 없다고 하였다. 둘째, '팔재계를 한 해동안 수지했어도 왕생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능한가?'하는 의문을 설정하고 용맹스러운 마음으로 행하는지의 여부에 달린 것이지 그 기간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하였다. 셋째, '꽃에 의해 태어나는 것은 습생(濕生)인데 화생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설정하고 정토는 습기를 빌리지 않고 없었던 것이 갑자기 생겨나기 때문에 화생이라고 하였다고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경의 이름을 듣고 기뻐하며 행한 부분은 유통분(流通分)에 해당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매우 간략하게 설명하고 글을 맺는다.
현재 전하고 있는 『약사경』에 대한 여타의 주석서들과 비교할 때 태현의 해석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약사경』을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분과(分科)하여 경의 내용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계율과 관련된 내용을 자세하게 해석한 것에서 계율에 대한 태현의 일관성이 있는 관심을 보여준다. 셋째, 공양법(供養法)에서 경에서 설한 형식을 모두 갖추지 않아도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면 뛰어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 것, 계를 한 해 동안 수지한 것보다 죽음에 임박하여 명호를 한 번 외우는 것이 공덕이 더 뛰어나다고 한 것 등을 통해 태현이 형식보다는 마음을 중시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선행 학자의 글로는 유일하게 당나라 때 유식학자인 정매(靖邁)의 『약사경소』를 인용한 점, 『불지경론』 · 『유가사지론』 · 『대지도론』 등을 인용한 것에서 유식학자로서 태현의 면모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