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과목병입사기(都序科目幷入私記)』는 화엄종의 제5조인 종밀이 선종의 자료를 모아서 찬술한 『선원제전집』 100권에 대한 자서(自序)라고 할 수 있는 『도서』에 대해 과단을 나누고 차례대로 풀이한 주석서이다. "사기"란 경론, 어록 등을 해석한 글을 말하는 것으로 사사로운 견해를 덧붙인다는 뜻의 겸칭이다. "과목"이란 경론 등을 주석할 때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나눈 것이다. 유일은 『도서』에 대해 과목을 만들어 체계화하고 본문을 해석하여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었다.
『도서과목병입사기(都序科目幷入私記)』는 1796년(정조 20)에 1권 1책의 목판본으로 간행되었다. 이 책의 서두에는 1797년(정조 21) 유일이 쓴 「자서(自序)」가 수록되어 있다. 동국대학교에 소장된 1798년 간행본(刊行本)을 저본(底本)으로 하여 편찬한 책이 『한국불교전서』 10책에 수록되어 있다. 『도서과목병입사기』는 유일의 또 다른 저술인 『법집별행록절요과목병입사기』와 합철되어 있다.
유일은 이 책의 「자서」에서 " 상봉 정원(霜峰淨源)이 처음으로 『선원제전집도서과문(禪源諸詮集都序科文)』을 지었으나 그 내용이 너무 간략하여 아직 부족한 면이 있었다. 뒤를 이어 설암 추붕(雪岩秋鵬)이 『선원제전집도서과평(禪源諸詮集都序科評)』을 짓고 회암 정혜(晦庵定慧)가 『선원제전집도서착병(禪源諸詮集都序着柄)』을 지음으로써 비로서 자세한 해석이 이루어졌다. 세 가지 책은 뒤로 갈수록 완성되어 정혜의 글이 가장 뛰어나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유일은 「자서」를 통해 이전에 편찬된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에 대한 주석서들을 평가하였다.
『도서과목병입사기』의 본문은 『도서』의 "과목"을 도표로 제시하고 본문을 풀이하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유일은 종밀(宗密)이 선종과 교종이 서로 다투고 돈교(頓敎)와 점교(漸敎)를 주장하며 서로 다투는 폐단을 제거하기 위해 『도서』를 지은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래서 유일은 『도서』의 핵심 요지가 돈오점수(頓悟漸修)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유일은 특히 정려가 돈오점수를 이지(理智)로 파악한 것에 대해서 사지(事智)로 보아야 한다고 하며 정려의 견해를 반박하였다. 그러나 정혜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이지(理智)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사지(事智)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종밀이 『도서』를 집필한 주된 이유는 8세기 말 9세기 초에 분열되어 있던 중국 불교계를 통합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교학자와 선 수행자 사이에 분열이 있었고, 선 수행자 내에서도 여러 종파가 분열하고 있었다. 종밀은 이렇듯 분열하고 있는 선종과 교종의 여러 종지를 일부에 국한해서 보면 모두 잘못이지만 회통(會通)하여 보면 모두 옳다는 입장을 근간으로 하여 불교계를 통합하고자 하였다. 유일은 이러한 종밀의 입장을 계승한 것이다.
『도서과목병입사기』는 유일이 책을 집필한 장소였던 전라남도 해남 대흥사(大興寺)를 비롯하여 도갑사(道岬寺) · 보림사(寶林寺) · 내장사(內藏寺) · 선운사(禪雲寺) 등의 강원에서 교리를 연구하는 학인들에게 참고서로 이용되었으며, 이후 점차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