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충도는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하여 그린 그림이다. 초충화법에서 풀벌레는 날고 번뜩이고 울고 뛰는 상태를 잘 살려 그려야 한다. 풀벌레는 대개 점을 찍어 자세히 그린다. 모든 풀벌레는 머리를 먼저 그리지만 나비만은 날개를 먼저 그린다. 풀벌레는 아주 작은 미물이지만 그 형상과 정신이 충분히 표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초충도를 제일 잘 그린 이는 신사임당이다. 그녀의 조충도는 안정된 구도, 섬세하고 부드러운 묘사, 음영을 살린 채색법 등이 뛰어나다. 그 외에 고진승·김광수·남계우·이덕무·허람 등의 화가가 조충도를 잘 그렸다.
꽃과 새를 그리는 화조화(花鳥畫), 꽃과 풀을 그리는 화훼화(花卉畫), 깃과 털이 달린 짐승을 그리는 영모화(翎毛畫) 등과 같은 계열에 드는 그림이다. 따라서 화조화 · 영모화 · 화훼화 등을 잘 그리는 화가는 초충화도 잘 그렸음을 회화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동양화에서 화제(畫題)에 따라서 그림을 분류한 것은 북송 말(北宋末) 휘종(徽宗) 때(1120년) 칙명으로 내부(內府)에서 편찬, 간행된 『선화화보(宣和畫譜)』가 효시이다.
『선화화보』에는 그때까지 내부에 소장된 그림, 즉 231명의 6, 396폭을 10문(門 : 분야)인 도석문(道釋門) · 인물문(人物門) · 궁실문(宮室門) · 번족문(蕃族門) · 용어문(龍魚門) · 산수문(山水門) · 축수문(畜獸門) · 화조문(花鳥門) · 묵죽문(墨竹門) · 소과문(蔬果門)으로 나누어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 산수인물화 · 초상화 · 사군자화 · 풍속화 · 초충화 등을 더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술가들의 눈과 마음은 아주 작은 풀벌레를 그린 초충도에서도 즐거움을 얻고 천국의 영화로움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대자연뿐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미물까지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생태를 그리면서 인생의 멋과 맛을 음미하기도 한다.
한 송이의 들꽃과 한 마리의 나비를 통하여 대자연의 신비로움과 창조주의 무한한 조화를 깨닫기도 한다. 그래서 외사조화(外師造化: 자연 만물의 온갖 조화를 스승으로 삼는 일)라는 말도 있다.
『개자원화전(芥子園畫傳)』에는 초충화에 대하여서도 비교적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즉, 초충화사(草蟲畫史)라고 할 화법원류(畫法源流), 사철 모습을 달리하는 풀벌레 그리는 법인 화초충법(畫草蟲法)과 화초충결(畫草蟲訣), 나비를 그리는 법인 화협접결(畫蛺蝶訣), 사마귀를 그리는 법인 화당랑결(畫螳螂訣), 여러 가지 모습의 벌레를 그리는 법인 화백충결(畫百蟲訣) 등이다.
초충화법의 대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풀벌레를 그리려면 그 날고 번뜩이고 울고 뛰는 상태가 살려져야 한다. 풀벌레의 형태는 대소 장단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빛깔도 때에 따라 변화하게 마련이다. 초목이 무성할 때는 벌레의 빛깔도 초록색으로, 초목이 단풍이 들 때는 벌레의 빛깔도 칙칙하게 그려야 한다.
풀벌레는 대개 점을 찍어 자세히 그리면서도 정신이 먼저 붓끝에 나타나 있어 보이게 하여야 한다. 모든 풀벌레는 모두 머리를 먼저 그리지만 나비만은 날개를 먼저 그린다.
또 꽃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나비가 있어야 하며, 그래야 꽃이 더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다. 사마귀는 작은 벌레이지만 위엄이 있도록 그려야 한다.
따라서 풀벌레는 아주 작은 미물에 지나지 않지만 그 형상과 정신이 충분히 표현되어 핍진(逼眞)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 초충도를 제일 잘 그렸다고 평가되고 있는 신사임당(申師任堂)의 초충도를 보아도 풀벌레는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그의 초충도는 안정된 구도, 섬세하고 부드러운 묘사, 아담하고 음영(陰影)을 살린 채색법 등이 뛰어나 가작(佳作)이 많다고 하겠다.
우리 나라에서 초충도를 잘 그린 화가는 신사임당 외에 고진승(高鎭升) · 김광수(金光遂) · 김인관(金仁寬) · 남계우(南啓宇) · 박기준(朴基駿) · 송수면(宋修勉) · 이덕무(李德懋) · 채무일(蔡無逸) · 전충효(全忠孝) · 최영원(崔永源) · 허람(許嚂)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