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전통 별자리는 중국의 『진서(晉書) 천문지(天文志)』(644년)에 1,464개의 별이 수록된 이후, 8세기 전반 『보천가(步天歌)』에서 ‘삼원(三垣) 이십팔수’로 확정된 체계가 17세기 초 명대(明代) 말까지 변하지 않았다. 삼원은 북극 주변에 위치한 자미원(紫微垣), 그 남쪽에 위치한 태미원(太微垣), 그리고 서쪽에 위치한 천시원(天市垣)이다. 자미원은 하늘의 궁정을, 태미원은 하늘에 있는 정부 종합 청사를, 천시원은 백성들이 사는 하늘의 저잣거리를 상징하는 별자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천시원에는 저잣거리의 사물들뿐만 아니라 황실(皇室)의 종친(宗親)과 인척(姻戚)을 상징하는 별자리들도 포함되어 있다. 황실 종친의 대부(大夫)로 종실의 잘잘못을 다스리는 관리인 ‘종정(宗正)’, 종친의 제사를 관장하는 ‘종인(宗人)’, 그리고 천자를 보필하는 인척인 ‘종성(宗星)’이 그것들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는 조선 건국 초인 1395년(태조 4)에 제작된 조선의 정통 천문도(天文圖)이다. 고려 왕조에서 회수된 천명(天命)을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받아 조선을 건국하였음을 만천하에 밝히는 의미를 지녔다. 이 천문도에는 모두 1,467개의 별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는 중국 천문도보다 3개가 더 많다. 몇 개의 별자리에서 가감이 있으며, 중국 천문도에는 없는 ‘종대부(宗大夫)’라는 별자리가 추가되었다. 종대부 별자리는 4개의 별이 다이아몬드 모양을 이루며, 천시원의 중국 황실 관련 별자리들이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 위치와 ‘종대부’라는 명칭으로 보아, 왕실 관련 별자리로 추정할 수 있으며, 따라서 조선 왕조를 상징하는 조선 고유의 별자리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천문학은 일본에도 전해져 일본 천문학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조선의 역법(曆法)을 배워 1684년(숙종 10)에 일본의 ‘정향력(貞享曆)’이라는 역법을 만든 시부카와 하루미〔澁川春海〕가 1676년(숙종 2)에 그린 ‘천문분야지도(天文分野之圖)’에서 그 영향을 잘 볼 수 있다. 시부카와 하루미는 ‘천문분야지도’를 그리면서 중국 천문도가 아닌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를 계승하여, 조선 고유의 별자리인 ‘종대부’를 그의 천문도에 그려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