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실학자 홍대용(洪大容)은 『의산문답(醫山問答)』에서 우주는 무한하며, 우리 인간이 사는 지구는 무한한 우주에서 보면 중심이 아니라는 상대적 우주관을 펼쳤다. 즉 지구는 태양계의 중심일 뿐 태양계 바깥의 뭇 별들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가 중심이 아니며, 각각의 별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무한한 우주에는 우리 인간이 사는 세계와 같은 또 다른 세계가 무수히 많을 것이라고 상상하였다.
인간이 사는 현재의 세계 이외에 또 다른 세계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중국 송대(宋代)의 유학자 소옹(邵雍)에 의하면 우주는 12만 9,600년을 주기로 생성하고 소멸한다. 그런데 현재 세계가 과연 소멸할 것인가, 또는 소멸 이후에 다시 생성될 것인가는 당대인들에게도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소옹은 그 가능성을 부정하였다.
또한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朱熹)도 제자들의 질문에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었다. 그런데 소옹과 주희의 성리학적 우주론을 수용하였던 조선의 유학자들 중에는 소옹과 주희의 주장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가 있었다. 16세기의 서경덕(徐敬德)과 17세기 초의 장현광(張顯光)은 현재의 세계가 소멸하고 또 다른 세계가 생겨날 것이라는 가능성을 부정하였던 중국 송대의 성리학자 소옹과 주희의 주장을 비판하며, 공간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 또 다른 천지(天地)의 존재 가능성을 주장하였다. 18세기 초의 최석정(崔錫鼎) 역시 무한한 우주에 허다한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홍대용의 다세계설(多世界說)은 이와 같은 조선 유학자들의 또 다른 천지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색을 계승 및 발전시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