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사회에서 왕은 하늘로부터 내려받은 천명(天命)을 통해 절대적 권력을 누리며 인간 사회를 통치하는 정당성을 부여받은 자였다. 그렇기에 천체 현상을 관측하는 관상(觀象)과 천체 운행의 계산 즉, 역법(曆法)을 통해 시각을 알려 주는 수시(授時)는 제왕된 자의 독점적 권리이자 의무였다. 왕으로부터 위임받은 대리인만이 하늘을 관측할 수 있었으며, 천체의 운행을 계산할 수 있었다. 정확하게 천체의 운행을 예보하고, 시보(時報)할 수 있는 능력은 천명을 받은 자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만일 일식과 월식 같은 천체 운행을 잘 예보하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한 천변(天變) 재이(災異)가 자주 발생하면, 하늘이 왕에게 내리는 경고로 여겨 왕은 반성해야만 하였다.
관상수시의 이념은 고대 동아시아의 정치 사상과 제왕학(帝王學)을 집약해 놓은 『서경(書經)』에 잘 담겨 있다. 『서경』 「요전(堯典)」의 기록에 의하면, 요(堯)임금은 “희화(羲和)에게 명하여 하늘을 공경히 따르길 일(日) · 월(月) · 성신(星辰)을 역상(曆象)하여 인시(人時)를 공경히 주게 하셨다.”고 한다. ‘희화’라는 천문 관측과 시간 측정을 담당하던 관원을 두어, 역법을 확립해서 백성에게 시간을 알려 주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성군(聖君)으로 추앙받은 요임금은 천명을 받아 왕이 된 이후 역법의 확립과 수시 사업을 가장 급선무로 중요시하였다.
『서경』의 「순전(舜典)」 기록에 의하면, 요임금을 계승한 순(舜)임금 역시 “선기옥형(璇璣玉衡)을 창제하여, 일월오성(日月五星)의 천체 운행을 가지런히 하였다.”고 한다. 즉, 순임금께서 천문 관측 사업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선기옥형 또는 혼천의(渾天儀)라는 관측 기구를 창제해 천문 관측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상수시의 이념에 따라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고대부터 천문대(天文臺)를 설립하고, 역법을 확립하였다. 또한 왕조가 바뀔 때마다 천명 이념에 근거해 더 나은 역법과 정확한 시보를 위해 역법을 개력(改曆)하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