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이란 금융 수요를 민간금융이 적절히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이를 보완할 목적으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하면서 사용하는 금융이다.
민간금융은 금융 시장의 구조적 한계인 정보의 비대칭성과 외부 경제 효과로 인해 시장 실패를 노정할 수 있으며, 정책금융은 금융시장의 실패를 보정하기 위해 행해지는데, 정책금융의 일반적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대칭적 정보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융 접근과 가용성이 부족한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중소기업금융, 서민금융, 농업금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전후방 연관 효과 등 외부 경제 효과가 큰 경우 상업금융이 취급할 유인이 없으므로 정책금융을 통한 사회적 최적 자원 배분을 실현하는 것으로 기술개발금융, 모험자본투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만기가 장기여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상업 금융기관이 취급하지 않는 중장기 금융을 대신 공급하는 것으로, 중장기설비금융, 중장기수출금융, 주택금융, 인프라 및 환경금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 밀착 및 관계형 금융을 통해 지역 주민과 중소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포용을 확대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으로 공공저축은행, 우체국금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정책금융의 목표와 역점은 시기에 따라 변화했다. 1950년대는 6·25 전쟁과 전후 복구 과정에서 외국 원조 자금을 재원으로 하여 경제 부흥과 수입대체산업 육성에 정책금융의 초점이 맞추어진 시기에 해당한다. 1960년대는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되면서 수출 및 전략산업 지원을 위해 정부가 전체 금융시스템을 통제하면서 한 나라의 금융이 정책금융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해당한다. 1970년대는 중화학공업 육성을 목표로 이들 산업에 대한 장기설비금융을 확대하고, 선별금융제도를 확립하는 등 정책금융이 비약적으로 증대된 시기에 해당한다. 1980년대는 기존에 공급된 정책금융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해 정책금융을 기능별 체제로 개편하는 조정 시기이며, 정책금융의 초점은 산업구조조정에 맞추어진 시기에 해당된다. 1990년대는 금융자율화의 흐름 속에서 정책금융 및 각종 여신 규제가 축소 · 폐지되고, 정책금융의 주된 경로가 기존의 일반은행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 전환되기 시작하였고, 정책금융의 초점은 중소기업금융에 맞추어진 시기에 해당된다. 2000년대 이후는 개발 경제 시대에 확립된 기존의 정책금융 시스템을 시장 기능 활성화에 맞추어 한 단계 더 선진화시키고 있으며, 정책금융의 초점은 차세대 성장 동력 지원,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위한 금융 지원, 탄소 배출 저감, 재생에너지 개발 등의 환경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원 등에 맞추어진 시기에 해당한다.
금융시장의 발전도에 따라 정책금융 방식도 변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는 정부가 전체 금융시스템을 통제하면서 한 나라의 금융이 정책금융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시기로서 정책금융은 관치금융의 틀 내에서 이루어졌다. 5·16 직후 군사정부는 경제개발계획 추진을 위한 국가자원 동원이라는 명분 아래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조치법’ 제정과 ‘한은법’ 개정을 통해 금융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강화했다. 당시 금리 결정 · 신용 배분 · 예산 · 인사 · 조직 등 금융기관의 전반적인 운영이 행정부에 예속되었으며, 금융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무시한 채 금융을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적 도구로 이용하기 위해 금융통제를 시행했다. 이러한 정부의 금융통제는 1982년말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폐지되기까지 수출 금융 특혜, 저금리 정책에 의한 신용 할당 등 다양한 형태로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의 자율성이 제약되고 금융기법이 낙후되어 금융산업의 경쟁력 약화, 더 나아가 금융 선진화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자율화가 진행된 이후 정책금융 방식은 변화했다. 주된 정책금융 수단으로 직접 투 · 융자방식, 이차 보전, 온렌딩 대출 및 신용 보증 등을 사용하는데, 각각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둔다. 첫째, 직접 투 · 융자방식은 정부가 직접 자금 조성의 책임을 지고, 공급 대상을 선별하여 직접 투자 또는 대출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수혜자에게 투자 또는 융자되는 자금을 정부가 직접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초기 자금 조달 부담이 클 수 있지만, 일단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이후에는 원금 상환 또는 투자 자금 회수를 통해 향후 투 · 융자 재원을 조달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계속 커지는 것은 아니다. 둘째, 이차 보전(interest subsidy)은 금융회사가 정책 당국이 제시한 조건의 충족 여부와 상환 능력을 심사하여 자금을 대출하되 이자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차입자 선정 단계에서 금융회사의 자체적 판단을 존중함으로써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동시에 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차이를 정책 당국이 재정자금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원 대상 기업의 차입 비용을 낮춰 주는 방식이다. 대출 사고가 발생하고 부실 채권이 발생하는 경우 대출 대상자를 선정한 금융회사가 손실을 보게 되므로 금융회사가 대출 대상 기업 선정에 적극적으로 임할 유인이 존재한다. 또한 정책 수행을 위하여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조성할 필요가 없고 금융회사에 대한 이자 보전에 대한 예산만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회계사업으로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지만, 시장 대비 공정하지 않은 지원으로 차입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장려하는 등 불필요한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셋째, 온렌딩(on-lending)은 특정 정책금융 대상에 대하여 금융회사가 일정한 금액을 대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정책 당국이 금융회사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금융회사에 대하여 시장금리보다 싼 이자로 자금을 공급하되 미리 선정된 조건을 만족시키는 기업에게 대출할 것을 요구한다. 기업 대출에 따른 신용 위험의 공유를 위해 정책금융공사가 간접 대출금의 일정 비율 이내에서 금융회사와 신용 위험을 분담한다. 넷째, 신용 보증은 차입자금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하여 해당 보증기관이 대지급을 보증하는 금융 지원 수단이다. 상환 능력은 있으나 담보력이 부족하여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는 기업이 금융회사나 자본시장 등으로부터 원활하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이 채무 이행을 보증하는데, 중소기업의 금융시장 접근성 제고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 정책금융 수단이다. 대출 사고 발생으로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 금융회사는 보증 기관으로부터 원금이나 이자의 일정 부분을 대위변제 받게 되므로 금융회사가 부담하는 위험이 현저히 감소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설 유인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증은 금융기관들 자체적으로 위험 부담 내지 정보 창출 유인을 없앰으로써 중개 기능 약화와 경쟁력 저하를 초래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
정책금융은 정책금융 수행 기관에 따라 협의의 정책금융과 정책성금융으로 구분된다. 협의의 정책금융은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자금(구, 총액한도대출)과 더불어 정부 또는 출연 기관이 직접 지원하는 정책자금 · 기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것은 통상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제시되는데, 예로 녹색 기업 지원금 또는 특정한 목적의 중소기업 지원금 등을 들 수 있다. 정책성금융은 정책금융기관이 시장에서 자체 조달하여 주어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운용한다.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의 업무가 해당된다. 이것은 정부로부터 별도의 자금을 지원받지 않지만 지급 보증을 받으며,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특징을 지닌다.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하면서 민간 금융기관들과 경쟁하는 까닭에 공공성과 시장성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두 가지 상반된 정체성으로 인해 경영 목표 및 평가 기준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반면, 시장의 경쟁 및 평가에 노출되어 최소한의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과거 한국은 경제의 고속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책금융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 정책금융은 시장 기능 보완, 경제 개발 및 시장 안정화 수단 등의 긍정적인 역할이 있는 반면, 상업금융을 구축하거나 정치적 개입 및 대리인 비용 유발 등 정부 실패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정책금융이 동반하는 부작용을 축소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신용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을 증대시켜, 시장 기능이 취약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회복이 가능한 부문부터 시장 형성을 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