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재’라는 이인(異人)의 약전이다. 『담정유고』 권9 「단량패사(丹良稗史)」에 실려 있다.
내용은 가수재라는 사람은 어느 곳 출신인지 알 수 없으나, 항상 적성현(赤城縣: 지금의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陽城面)) 청원사(淸源寺)를 드나들며 건어(乾魚)를 파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어떤 사람이 성명을 물으면 “나는 장사꾼이라 성이 가씨(賈氏)요.”라고 대답하므로 그를 가수재라 불렀다. 하루에 동전 50푼을 벌면 몽땅 술을 마실 뿐, 평생 밥을 먹지 않았다.
어느 때 청원사에서 글을 읽던 유생들과 다툼이 있은 다음날 시와 글로써 그들을 압도한 일이 있었고, 대취하여 부처님 앞에서 복어를 공양하고는 그에 놀라 달려드는 중들을 궤설(詭說)로 웃게 만든 일이 있었다. 그러다 절에 머문 지 1년 남짓하여 어디론지 떠나버렸다.
전기의 끝에서 작자는 “기이한 재주를 품고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도 어찌하여 그렇게 미친 듯이 제멋대로 날뛰어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게 하였는가. 옛날에 이른바 은군자(隱君子)의 부류라 할 것이다.”라 하여 가수재를 은군자의 부류로 평가하고 있다.
이 작품은 건어물행상인 주인공의 소탈한 생활상을 그려내어, 형식윤리를 중시하는 사대부들과 승려들을 조소하였다. 평범한 인간상이지만 조선 후기의 세태풍자를 위해 등장시킨 인물설정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