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7년(경순왕 1) 최승우(崔承祐)가 후백제왕 견훤(甄萱)을 대신하여 지어 고려 왕건(王建)에게 보낸 서신. 『삼국사기』 권50 견훤열전, 『고려사』 세가 권1, 『동문선』 권57, 『대동문수(大東文粹)』 등에 실려 있다.
최승우가 후백제 견훤을 대신하여 고려 왕건에게 보낸 이 글은 고려와 신라가 연합하여 후백제를 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간곡하게 효유(曉諭)하고 있으며 오월국(吳越國)의 조지(詔旨)를 받들어 서로 화친할 것을 청하고 있다.
이 글은 만당(晩唐)과 육조(六朝) 때 유행한 변려문(騈儷文) 형식의 상서문(上書文)으로, 사조(辭藻)의 조탁에 힘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고려를 위협할 정도의 세력을 가진 견훤의 포부와 기상이 직서적(直敍的)으로 잘 표출되고 있다.
“기약하는 바는 평양의 누각에 활을 걸고 패강의 물을 말에게 마시게 하는 것이로다(所期者 掛弓於平壤之樓 飮馬於浿江之水).”라고 한 대목에서 후삼국을 통일하고자 하는 웅대한 포부와 호기를 엿볼 수 있다.
한편 「대고려왕답견훤서(代高麗王答甄萱書)」(『동문선』 권57)는 이 글에 대한 답서이며 작자는 최언위(崔彦撝)로 추정되거니와 이는 덕치(德治)를 표방한 왕건의 입장을 부드러운 필치로 드러내고 있어 최승우의 그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