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절구로, 원제목은 ‘거중기몽(車中記夢)’이지만 흔히 줄여서 ‘기몽’이라고 한다. 작자의 문집 『은송당집(恩誦堂集)』과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실려 있다.
수레를 타고 가면서 꿈을 꾼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꿈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작자의 현실적인 꿈이다. “갖옷 덮고 앉았다 깜박 잠이 들어, 어렴풋이 꿈결에 집에 갔었네. 시냇가의 집엔 눈이 개었으나 쓰는 이 없고, 한그루 매화 아래 문지기는 학이로다(坐擁貂裘小睡溫 依依歸夢訪家園 雪晴溪館無人掃 一樹梅花鶴守門).”
잠깐 잠이 들어 꿈속에 집에 갔더니, 냇가의 집은 눈이 그쳐 날이 개었지만 쓰는 사람도 없고 다만 처자(妻子)가 집을 지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직접 ‘처자’라는 말을 쓰지 아니하고 ‘매처학자(梅妻鶴子)’의 고사를 빌려 한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 시는 그의 시의 회화적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이상적은 특정한 시인의 시풍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다독을 위주로 하였기 때문에 “마굿간의 말들도 다 나의 스승이라(天閑萬馬是臣師).”라 하여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이 시에서 추구하고 있는 것도 외화(外華)보다는 내연하는 아름다움이다. 그의 시가 염일(艶逸)한 서곤체(西崑體)의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