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절구로 규방 여인의 애틋한 사랑과 원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무어별(無語別)’이라고도 한다. 작자의 문집인 『임백호집(林白湖集)』 권1에 실려 있으며, 허균(許筠)의 『학산초담(鶴山樵談)』에도 소개되어 있다.
“열다섯 살 월계의 예쁜 아가씨/부끄러워 말 못하고 헤어지고는/돌아와 겹문을 걸어 잠근 채/달빛 비친 배꽃을 향해 눈물짓는다(十五越溪女 羞人無語別 歸來掩重門 泣向梨花月).”
이 시는 당시 염정시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박상(朴祥)·박순(朴淳)에서 시작된 당시(唐詩)의 숭상 경향이 임제의 시세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작품이다. 이 시는 여인의 외면적 인상과 행태를 그려 보여줌으로써 내적 심리를 암시하고 있다.
임제는 박상·박순 이후 호남계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성격이 자유분방하여 세속적인 질서에 얽매이기를 싫어하였으며, 아울러 그의 시작에 있어서도 호방한 기개와 염정을 다룬 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