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훈(覺訓)은 무신 집권 초기인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전반에 걸쳐서 활동했던 화엄종의 고승으로 1230년경 입적하였다. 그의 행적에 관한 기록을 보면, 매우 총명하고 문장을 좋아하여 동문 가운데 제일 뛰어났다고 한다. 또한, 스스로 호를 지었는데 ‘술 마시는 승려’라는 뜻인 ‘고양취곤(高陽醉髡)’이라 하였다. 각훈의 문장에 관해서는 당의 갈석산인(碣石山人) 가도(賈島, 779~843)의 고수(枯瘦: 몸이 마르고 여윔)한 시풍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의 시문집이 유림 사이에 전하였다고 한다. 그는 각월(覺月) 혹은 화엄월사(華嚴月師), 화엄월수좌(華嚴月首座)라고도 불렸다.
각훈은 대각국사 의천이 주석하였던 흥왕사(興王寺)와 영통사(靈通寺) 등 개경의 화엄종 사찰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는데, 1215년(고종 2)을 전후하여 영통사의 주지직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의천의 화엄 사상을 계승하였지만, 화엄 교학뿐만 아니라 유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특히 당시 대표적 문인이었던 이인로(李仁老, 1152~1220)와는 동년배로서 친분을 갖고 있었으며, 이규보(李奎報)를 비롯한 문인과 이담지(李湛之) · 오세재(吳世材) · 임춘(林椿) · 조통(趙通) · 황보항(皇甫抗) · 함순(咸淳) 등 강좌칠현(江左七賢, 죽림칠현)과도 교유하였다.
각훈의 저작으로는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과 「선종육조혜능대사정상동래연기(禪宗六祖慧能大師頂相東來緣起)」가 있고, 당시 문인들에게 널리 읽혔던 『시평(詩評)』이 있었다고 하나 이 글은 현전하지 않는다. 각훈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해동고승전』은 불교를 바탕으로 민족문화의 자주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삼국의 불교 전래 시기부터 13세기 전반까지 활약한 고승들의 전기를 수록하고 있는데, 1215년(고종 2)에 저술되었다. 현재는 『해동고승전』의 첫 번째 편목이라 할 수 있는 「유통(流通)」 편의 일부만 전하고 있다.
이규보는 각훈이 입적하자 “세상은 불도(佛道)의 대덕현인(大德賢人)을 잃었구나, 이제 법문의 동량이 꺾였으니 후학은 누구를 의지해서 십현연기(十玄緣起)를 토의하랴”라고 애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