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1책. 운각활자본. 1814년(순조 14)에 문인들이 간행하였다. 권두에 서영보(徐榮輔)의 발문이 있다. 모두 378수의 시가 실려 있으며 문(文)은 없다. 권1에 실린 것은 17∼28세 때까지 지은 것이며, 권2는 29세 때부터 63세 때까지의 것으로 작품이 지어진 연도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수창시(酬唱詩)와 영물시(詠物詩)로 표현한 시가 많다. 시들은 화평온후하다는 평을 들으며, 한편으로 천기(天機)가 발(發)한 것이라는 평도 아울러 듣는다.
시 가운데 29세 때 지은 『원조잡체(元朝雜體)』와 『원석잡체(元夕雜體)』는 새해 첫날의 감정을 읊은 것으로서 서울의 배오개〔梨峴〕 시장 근처에서 본 당시 풍습을 제재로 삼고 있다.
그 가운데서 『원조잡체』는 총 6수로 되어 있는데 제2수에 “장인(匠人)·상인·이졸(吏卒)들 각자 바쁘고 이것저것 팔고 사려고 사방에서 몰려드네, 부자들 근심없어 기뻐 웃는 날, 가난한 이들은 쓸쓸히 길게 한숨짓는다.”라고 하여 저자가 사회를 보고 있는 시각의 일단과 그의 민중에 대한 의식세계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밖에도 이 시에서는 당시의 설날 표정을 잘 나타내고 있어 그때 사람들의 풍습을 아는 데 자료가 된다.
최윤창(崔潤昌)·마성린(馬成麟)·백경현(白景炫)·천수경(千壽慶) 등 여항시인들과 수창한 시가 많아 당시 여항시인들의 움직임을 살필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저자는 조선 후기 여항시인들의 시모임인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의 일원이었던 점에서 그 방면의 연구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