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권 2책. 목활자본.
1668년 이후에 문인들에 의하여 간행되었다. 권두에 신익성(申翊聖)과 이경석(李景奭)의 서문이 있다. 이 책은 권4를 제외하고는 각 권마다 상·하로 나누어져 있으며, 권말에 부록이 붙어 있어 모두 8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권은 상·하로 구분되었다. 이에 따라서 시체별(詩體別)로 448수의 시가 실려 있다. 권1의 상에는 오언고시 40수, 하에는 칠언율시 149수가 실려있다. 권2의 상에는 칠언고시 16수, 하에는 오언절구 37수가 실려있다. 권3의 상에는 오언율시 121수, 하에는 칠언절구 79수가 실려있다. 권4의 상에 오언배율 6수가 실려있다. 문(文)은 <졸옹전 拙翁傳>만이 부록(附錄)되어 있을 뿐이다.
서문을 쓴 이경석은 “율(律)은 두보(杜甫)를 주로 했고 정성(正聲)은 맑고 갱연(鏗然)하여 읊을 만하다.”라고 평했고, 신익성은 “고체(古體)는 육조(六朝)의 것 같고 가행(歌行)은 당나라 제가(諸家)를 넘나들었으며 율조는 장경(長慶) 이전의 어투를 본받았다.”고 하였다. 이러한 평에 걸맞게 ≪구곡집≫에는 두보·도잠(陶潛)의 시에서 차운한 것이 매우 많다.
권1 하에는 작자의 시 이외에, 일본에 사신을 따라갔을 때 함께 갔던 이들과 수창한 다른 사람의 시도 같이 실려 있다. 이때 부사였던 조경(趙絅)은 “사랑하는 그대의 시는 율격이 매우 정화하여 고적(高適)과 잠삼(岑參), 왕유(王維)와 맹호연(孟浩然)을 출입했도다. ”라고 그를 칭송하였다.
최기남의 시는 서리 출신이었던 자신의 신세를 한탄조로 읊은 것이 많다. 그리고, 특히 여항의 문인들과 차운한 작품이 많다. 작자가 교유했던 당시의 여항시인으로 최대립(崔大立)·김충렬(金忠烈)·유찬홍(庾纘洪) 등이 있다. 이들과 수창하거나 그들과의 관계를 살필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있다.
권1에는 63세 때 몸져누워 도잠을 흉내내어 지은 <만시삼장 挽詩三章>이 실려 있다. <구체온천의두공부동곡칠가 久滯溫泉擬杜工部同谷七歌>는 두보의 <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칠수 乾元中寓居同谷縣作家七首>를 본떠서 지은 것으로서 자신의 신세와 어머니·동생·자식들, 그리고 그가 머물고 있는 곳의 참담한 현실 등을 차례로 읊은 것이다. 작자의 가정사의 일면을 읽을 수 있는 이 작품은 여항시인의 고뇌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그 밖에 부록되어 있는 <졸옹전>은 최기남 자신에 대한 전(傳)으로 작자의 인생관 및 생활태도가 드러나 있다. 서두에 ‘졸옹’이라고 자기의 처지를 묘사하고, 재덕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면서 궁하게 사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 자위하였다. 성품이 명리(名利)를 좇지 않고 고요함을 좋아하며 책을 가까이하고 시 읊기를 즐겼으며, 평생 졸(拙)을 지키며 살았다고 술회한 것으로 보아 노자의 사상에 기울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74세 때의 작품이다.
≪구곡집≫은 ≪육가잡영 六家雜詠≫과 함께 여항문학의 태동기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되는 자료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