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102면). 한글필사본. 실기류 작품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본이 유일본이다. 작품 말미의 기록에서 이 작품은 70세 된 어머니가 딸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가련히 여겨 지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갑신 졍월에 필셔ᄒᆞ엿노라”는 기록이 있는데, 이 작품의 서두가 “○난 ᄃᆡ한 광무 연간이라”는 글로 시작하고 있고, 내용 가운데에 고종의 인산, 기미독립운동 등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갑신은 1944년임을 알 수 있다. 작자는 장흥고씨(長興高氏) 노은과 혼인하여 3남 2녀를 두고 있었던 이씨 부인이다.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노은과 이씨 부인의 장녀로 태어난 고영옥은 18세에 장승규의 둘째 아들 장현삼과 혼인한다. 장승규는 집안을 완고하게 이끌어 가는데, 고종의 인산을 계기로 서울 구경을 하게 된 아들들이 반발한다.
낙담한 장승규는 기생 해중월에게 빠져 인연을 완전히 끊을 것을 알린다. 자식들이 흉악한 행동을 하자, 장승규는 어쩔 수 없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고, 동생의 아이를 자기가 난 것으로 꾸며 돌아온 해중월과 함께 한다.
장승규의 장남 장현시는 중학교에 진학한 후 여자들만 쫓아다니다가, 별명이 갈치자반(싸고 맛있다 하여)인 현영희를 만나 본부인 정씨에게 이혼을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정씨를 몹시 세게 때린다. 시어머니 박씨가 권하는 대로 정부인이 잠시 친정으로 가자, 그 틈에 현시는 현영희를 데리고 들어와 산다.
셋째 장현오 역시 본부인 정씨에게 이혼을 요구하니, 정부인이 완강히 거절하다가 병이 들어 24세의 나이로 죽고 만다. 친정에 가있던 장현시의 본부인인 정부인은 돌아오라는 소식이 없자, 시댁에 왔다가 박씨와 현영희에게 구박을 받고 쫓겨난 후, 소사 강물에 몸을 던져 자결한다.
넷째 장현칠이 본부인 신씨에게 이혼을 요구하자, 신부인은 장현칠의 얼굴에 침을 뱉고 꾸짖으며 친정으로 돌아간다. 장현삼도 고영옥에게 이혼을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몹시 세게 때린다.
장현시 형제들이 꾀를 내어, 본부에 가서 조리하고 오면 다시 반가이 맞이하겠다며 설득하자, 고영옥은 이미 끝났음을 알고 친정으로 돌아온다. 고영옥은 친정으로 돌아와 근검한 생활을 하여 재산을 늘인다. 장현삼은 전동차 차장이던 이정희와 혼인하나, 결국 가산을 탕진하여 초라한 신세가 된다. 박씨는 신여성 며느리들에게 구박을 받는다.
장현시는 37세의 나이로, 공교롭게도 정부인이 원통하게 죽은 8월 6일에 죽고, 현영희는 어린 아들을 두고 개가하니, 박씨가 손자를 데리고 떠돌아 다니며 걸식한다. 장승규는 현영희의 개가 소식을 듣고 분통이 터져 죽고, 해중월은 남은 재산을 모두 챙겨 해주로 떠난다. 장승규가 죽자 고영옥은 삼년 동안 화려한 옷을 입지 않으며 근신한다. 작가가 노래를 지어 회포를 푼다.
이상에서 중심이 되는 내용은 장현시 등 4형제와 고영옥을 중심으로 하는 구식 여성, 그리고 신여성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삼각관계이다. 작자는 신식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작자는 전통적 예법에 따라 집안에서 행동하는 구식 여성과 제멋대로 살아가는 신식 여성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것을 ‘물에 기름 돌 듯 한다.’는 말로 요약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에서 구식 여성들은 일방적인 이혼 요구에 저항해 보기도 하지만 그 결과는 자결, 충격으로 인한 병사, 내쫓김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작자는 구식 여성을 내친 집안의 비참한 말로와 함께, 내쳐진 여인인 고영옥의 성공을 대비하여 보여줌으로써, 신식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과 그로 인한 혼인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자는 이를 통하여, 결국 생활 도덕으로서의 전통적 도덕률이 신식 개화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