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율시로 『동문선』 권13에 수록되어 있다. 국도(國都)를 떠나 함경도 고원에 와서 지난 오십 평생을 돌이켜보며, 세상살이의 기구함과 물색마다 들끓는 시정이 시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함을 노래하였다.
시의 제1∼4구에서는 오십의 나이에 기구한 세상사를 원망하면서, 3년 동안 서울을 떠나 방랑한 뒤 집에 돌아오니 아무도 반기는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제5·6구는 대우(對偶)로서 숲새와 들꽃을 의인화하여 자신과 대화하고 있다. 정이 있어 나그네를 보고 우는 새, 말없이 만류하며 웃고 있는 들꽃 등 작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현실의 고민을 자연과의 대화로써 풀어내려는 듯하였다.
끝에 가서 시마(詩魔)에 이끌려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조차 괴로운 듯 시를 쓰고 있다. 오십이 되도록 기구한 삶을 면하지 못하였고, 더구나 지금 3년 동안이나 국도를 떠나 객지생활을 하지만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초라한 자신의 형상을 그렸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에 좌절하지 않고 이를 시 짓는 일로 승화시키는 의지가 돋보이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