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명왕은 '불모대공작명왕보살(佛母大孔雀明王菩薩)'이라고도 하며, 불교의 밀교(密敎)에 나오는 가장 기원이 오래된 대표적인 명왕이다. 대부분의 명왕이 분노(忿怒)형인 것에 비해 공작명왕은 보살형이다. 『화엄경』의 주존불인 비로자나불을 모시며, 모든 재난을 물리치는 상징인 공작의 모습을 취하였으며, 푸른 연화대에 앉아 악마를 항복받는다고 한다. 형상은 삼면팔비(三面八臂)로서 얼굴이 셋, 팔이 여덟인 모습을 취하고 있는데, 그것은 관세음보살 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러 중생을 보다 많이 섭화(攝化)한다는 뜻에서 기인된 것이다. 밀호(密號)인 불모금강(佛母金剛)은 어떠한 재난도 깨뜨릴 수 있다는 상징을 담고 있으며, 불교를 옹호하는 여러 신 가운데 제석천(帝釋天)과 동등한 위치에 있고, 늘 주변에는 야차(夜叉)를 거느린다.
공작명왕의 현세 이익적 상징 때문에, 밀교(密敎)와 절충되면서 독특한 만다라(Manda-la)를 이루게 된다. 즉, 이 공작명왕의 초상을 그려 모시고 법회를 열면 재앙이 소멸된다고 생각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고려 때 성행한 법회로서 외적의 침입, 홍수 등 천재지변이 있을 때 이 도량을 여는 것을 상례로 삼았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1110년(예종 5) 4월문덕전(文德殿)에서 국난의 타개를 위하여 개설된 공작명왕도량이다.
조선시대 이후 공작명왕에 대한 신앙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불법을 수호하는 104위의 신장(神將) 가운데 하나로 포함되어 신중탱화(神衆幀畫)로 봉안되어 현재까지 미미하나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