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 내걸 수 있는 불화를 통칭하여 괘불이라 한다. 괘불은 단순히 불보살상만을 그려놓은 것도 있으나, 대체로 법회의 성격과 맞는 내용을 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영산재(靈山齋)를 올리고자 할 때는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를, 예수재(預修齋)나 수륙재(水陸齋)를 올리고자 할 때는 지장회상도(地藏會上圖)나 명부시왕도(冥府十王圖) 등을 내걸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전국 사찰에 보존되어 있는 괘불들은 그 절의 신앙적 특성에 맞추어서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회내용에 상응하는 괘불을 걸지는 않는다. 오래된 절에는 거의 모두 괘불을 갖추고 있지만, 모든 법회에 상응할 수 있는 괘불을 완전히 갖춘 곳은 없다.
괘불재는 종교적인 의미보다 민속적인 색채가 더 강하다. 즉, 일반 민중의 머릿속에는 괘불재의 내용보다 신앙의 대상이 되는 괘불 자체의 신비성이 더 강조되어 있다. 어떤 절이든지 신앙의 대상인 불보살상을 모신 법당이 있고 그곳에서 모든 법회를 베풀 수 있는 데도 특별히 야외에서 괘불재를 여는 까닭은, 법당의 크기에 비해 법회에 참여할 사람이 너무 많을 경우와, 방생재(放生齋)·수륙재 등과 같이 법당이 아닌 어떤 특수한 곳에서 법회를 열어야 할 경우가 빈번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야외에 법단을 차려 법회를 여는 것을 불교에서는 '야단법석(野壇法席)'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성대한 야외법회를 갖는 것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공동으로 행하여 온 제천행사나 마을공동제의 향수가 괘불재를 낳게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현재에도 괘불재에는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고, 공동축제로서의 성격이 그대로 남아 있다. 즉, 개인의 영혼을 구제하려는 의식에서보다는 예수재 또는 수륙재와 같이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의식에 괘불이 거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괘불재가 축제적 성격을 지닌다는 것은 괘불을 내건 일정한 도량(道場)을 중심으로 다양한 춤과 음악을 포함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일정한 불교의식의 절차에 따른 의식음악과 의식무용에 여러 가지 민속음악도 곁들여져서, 한층 더 축제의 분위기를 북돋우게 된다.
괘불재를 열기 위해서는 먼저 괘불을 걸어야 하며, 이를 괘불이운(掛佛移運)이라고 한다. 이운의식은 괘불을 법당 앞마당에 내걸어 놓고 일정한 절차에 따라 의식을 행하기도 하나, 함에 넣어진 괘불을 밖으로 옮기는 절차부터 행함이 원칙이다. 일단 밖으로 모셔진 다음에는 괘불 앞에서 찬불의식을 가져야 하며, 이 때 의식문에 의한 범패와 의식무용을 수반하게 되는데, 이는 의식도량을 신성하게 하기 위함이다.
다음으로, 여러 가지로 예를 갖추어서 불보살에게 귀의정례(歸依頂禮)하고 소망을 아뢰고, 그 성취를 기원하는 출산게(出山偈)·염화게(拈花偈)·산화락(散花落)·등상게(登床偈)·사무량게(四無量偈)·영산지심(靈山志心)·헌좌게(獻座偈)·다게(茶偈)·축원 등의 의식을 행한다. 그리고 그때에 바라는 소망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구체적으로 신앙의 대상이 분화되고, 괘불재의 내용과 형식도 달라지게 된다.
의식도량은 괘불을 중심으로 장엄(莊嚴)된다. 괘불은 의식이 행해지는 곳의 정면 중앙에 걸게 되고 그 앞에 불단이 마련되는데, 이를 상단(上壇)이라고 한다. 영산재의 경우, 상단에는 향·차·꽃·과일·등불·쌀 등의 여섯 가지 공양물이 마련된다. 그리고 상단의 왼쪽에는 중단이, 오른쪽에는 하단이 마련되는데, 중단은 도량을 옹호하게 될 신중단(神衆壇)이고, 하단은 영혼에게 제사를 드리는 영단(靈壇)이다.
중단에는 상단과 거의 같은 제물을 차리고, 하단에는 고기·생선류·주류 등을 제외한 일반 제물들을 차린다. 수륙재의 경우에는 위의 삼단과 함께 불단의 오른쪽과 왼쪽에 오로단(五路壇)·사자단(使者壇)·위령단(慰靈壇)·추루단(醜陋壇) 등을 추가로 설치하게 된다. 위령단은 국내외에서 전사한 충혼열사를 위한 제단이고, 추루단은 의식도량에 들어오지 못하는 걸신(乞神)을 위한 제단이다.
예수재의 설단형식(設壇形式)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나타낸다. 불보살단을 상(上)의 상단, 지장보살을 위시한 지장단(地藏壇)을 상의 중단, 범천(梵天)·제석(帝釋)을 위한 신중단을 상의 하단으로 하고, 중단도 다시 3단으로 나누어 중의 상단은 시왕단(十王壇), 중의 중단은 명부시왕을 따르는 무리들의 판관단(判官壇), 중의 하단은 명부에 따르는 여러 무리들을 위한 단이다.
그리고 하단에는 명부의 재산관리를 맡은 고사단(庫司壇)과 명부의 사자단 등이 마련된다. 이들 의식을 위한 상단은 괘불이 우뚝 솟아 있어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으며, 주위의 번(幡)에는 여러 불보살의 이름과 명부시왕 등 각종 신중들의 이름이 쓰이게 된다.
재를 집행하기 위해서 승려들은 미리 각각의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이를 재시용상방(齋時龍象榜)이라고 하는데, 재의식을 증명하는 증명법사(證明法師), 설법을 맡은 회주(會主), 의식의 총지휘자격인 법주(法主), 범패와 의식무용 및 그 반주 등을 맡은 어산(魚山)·범음(梵音)·범패승, 종치는 일을 맡아보는 종두(鐘頭), 북을 치는 고수, 그 밖의 일들을 맡아보는 조수격 등 여러 가지로 분담되어 조직된다.
법악기(法樂器)의 담당 인원은 태징 1인, 요령 1인, 바라 2인, 삼현육각 6인, 범종(梵鐘) 1인, 호적 2인, 나비춤 2인 또는 4인으로 짜인다. 그러나 괘불재의 규모에 따라서 인원 수에는 증감이 있다.
이 의식은 의식승들이 불단 앞에 정좌함으로써 시작된다. 침묵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모두 합장하여 예배한다. 다음으로 신앙의 대상과 재를 받을 대상을 모셔오는 의식인 시련(侍輦)을 한다. 『범음집(梵音集)』에는 상단시련·중단시련·하단시련의 절차가 명기되어 있으나, 그 뒤의 의식집에는 상단과 중단의 시련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현재에도 하단시련만 행해지고 있다.
이 시련 때에는 절문 밖까지 가마[輦]를 메고 나가서 신앙의 대상을 도량으로 모셔오는 영접의식이 있는데, 그 행렬이 장엄하다. 각종 영기(令旗)와 양산·번기(幡旗) 등이 동원되고, 행렬이 움직이면 삼현육각 등의 행렬음악이 연주된다. 하단시련의 경우에 ‘나무인로왕보살(南無引路王菩薩)’이라 쓴 번기가 앞장서는데, 그 구절을 범패 짓소리로 부르게 된다. 그러나 진용이 제대로 짜이지 않았을 때에는 간단한 염불소리에 맞춘 행렬의식만을 하게 된다.
시련 행렬이 괘불 앞에 이르면 잠깐 정좌하였다가 제단마다 차례로 권공예배(權供禮拜)하고, 가피력(加被力) 입을 것을 기원하게 된다. 권공예불의 순서는 대체로 상·중·하단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상의 서제(序祭)가 끝나면 다시 상단부터 차례로 권공의식을 행한다. 이때는 각 단마다의 신앙의 대상을 청하여 공양을 올리고, 각기 소원을 아뢰어 가피력 입을 것을 빌게 된다.
권공의 절차는 귀의할 신앙의 대상의 위목(位目)을 불러 강림을 발원하는 거불(擧佛), 강림의 신비성을 나타내기 위한 보소청진언(普召請眞言), 신앙의 대상을 청하게 된 이유를 소상하게 아뢴 뒤 자비를 베풀어 줄 것을 발원하고 공양을 받을 것을 권하는 유치청사(由致請詞), 찬불의례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찬불의례는 먼저 불보살이 내려오는 것을 눈으로 보는 듯이 태징을 치고 호적을 불고 꽃을 흩으면서, 향화청(香花請)·산화락 등의 범패를 부르고 바라춤을 추어 성대하게 환영한 뒤, 경건한 마음으로 찬불가를 부르면서 정례(頂禮)를 한다. 그리고 강림한 불보살에게 헌좌게와 헌좌진언(獻座眞言)을 외워서 자리를 권하고, 다시 공양의례를 행한다.
공양의례가 끝나면 재를 개설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소원을 밝히는 축원문을 낭독한다. 이 축원문은 법주가 직접 낭독하며, 신도들은 이때 불단에 예배하고 시주하거나 분향한다. 그 뒤 각 단마다 옮겨다니면서 의식을 행한 뒤, 총폐회의식 성격을 지니는 회향식(回向式)을 행하게 된다.
이때는 의식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경권(經卷) 등을 머리에 이고 의식승을 선두로 「십바라밀정진도(十波羅蜜精進圖)」를 따라서 의식도량을 돌게 되며, 모든 악기가 동원되고 범패와 염불소리도 그치지 않는다. 회향의식이 끝나면 청했던 신앙의 대상을 돌려보내는 의식을 행한다.
한참 동안 정진을 돌던 사람들이 법주의 요령소리에 맞추어 잠깐 동안 행진을 멈추면 법주가 다시 요령을 흔들면서 불보살을 하직하는 보례삼보(普禮三寶)를 하면서 축원하며, 다시 태징을 세 번 치면 행렬을 계속하다가 소대(燒臺)로 나간다. 소대는 일정한 곳에 마련된 의식에 사용되었던 각종 번이나 위패를 불사르는 곳으로서, 이곳에서 소대의식을 행하면 재의식은 모두 끝나게 된다.
다음에는 제물을 고루 나누어 먹게 되는데, 상단의 제물은 승려들이, 하단의 제물은 신도들이 나누어 먹게 된다. 이것을 법식(法食)이라고 하며, 불보살과 인연을 맺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오늘날의 괘불재는 많이 간소화되고 소멸되어 가고 있는 상태에 있으나, 과거에는 영산재 등이 열리면 며칠 동안 주야로 끊이지 않고 범패와 의식무용이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