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언이란 일본문자인 이로하[伊呂波]를 뜻한다. 이 활자는 1670년(현종 11) 정태화(鄭太和)가 『첩해신어(捷解新語)』를 교서관에서 주자로 인쇄해낼 것을 계청한 바에 따라 6년 뒤인 1676년에 만든 것이다.
자본(字本)은 안신휘(安愼徽)가 썼는데, 글자모양이 매우 예쁘다. 활자의 재료는 『통문관지(通文館志)』에 ‘주자(鑄字)’라고 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 와서는 주자를 넓은 의미의 ‘활자’로 쓴 용례는 있으나, 같은 글자를 조사해볼 때 같은 모양의 것이 많이 나타나고, 또한 글자의 획에 주자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활자의 주성에 있어서 발음이 뒤따른 글자는 연자(連字)로 되어 있고, 그 밖의 글자는 모두 단자(單字)이다. 왜언문자의 오른쪽 또는 아래에 찍혀 있는 글자는 갑인자체의 무신자소자(戊申字小字)와 그 한글활자이다. 이 활자를 만든 해의 간지(干支)를 붙여 ‘병진왜언자’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왜언자본 『첩해신어』는 사가활자(私家活字)로 찍은 것도 있고, 지방에서 중간한 목판본도 있으므로 그것들과 구분하여 ‘교서관왜언자’ 또는 ‘운각왜언자’라고 하는 것이다. 이 왜언자로 찍은 『첩해신어』는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한연구원과 일본 대마도의 종가문고(宗家文庫)에 전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