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말기에 박인범(朴仁範)이 지은 한시. 칠언율시로 ≪동문선≫ 권12에 실려 있다. 작자가 당나라에 들어가 빈공과(賓貢科)에 급제한 뒤 그 곳에서 구성궁, 즉 당태종이 피서할 때 거처하던 궁실을 찾아보고 읊은 시로서, 그의 대표작의 하나에 속한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문황이 천하를 통일한 때에, 사방이 무사하여 임천(林泉)에 노니셨네. 노래와 쇠북소리 중천에 사무쳤고, 우림군(羽林軍) 호위병들 나무 앞에 줄지었네. 옥누각 금섬돌엔 푸른 안개 어울리고, 푸른 다락 붉은 난간엔 흰구름이 잇따랐네. 관(冠)과 검(劒)을 버리신 교산(橋山) 달을 생각하니, 천고(千古)의 지나는 사람 모두 눈물짓누나(憶昔文皇定鼎年 四方無事幸林泉 歌鍾響徹煙霄外 羽衛光分草樹前 玉榭金階靑靄合 翠樓丹檻白雲連 追思冠劒橋山月 千古行人盡慘然).”
제1∼6구까지는 옛날 구성궁의 호화롭고 장엄했던 모습을 회고하였고, 제7·8구에서는 옛날 당태종이 천하를 통일하고 나서 죽음을 맞이한 순간을 회상하면서 영웅의 일생을 애도하였다.
이 작품의 묘처(妙處)는 당태종이 피서하던 당시의 상황을 생동감있게 묘사한 제1∼4구에 있다. 그러나 작자는 영웅의 비장한 죽음을 애도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음으로써, 전체의 시가 하향하는 분위기를 돌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