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에 따라 구융(경기·충청)·구수(전남)·구시(경남)·궁이(강원) 등으로 불린다. 긴 통나무를 나무의 생김대로 길고 우묵하게 파낸 것으로 양 마구리에 귀를 달아서 외양간의 기둥 사이에 고정시킨다.
강원도 산간지대에서는 지름 50cm, 길이 4∼5m에 이르는 큰 통나무로 만들어 서너 마리의 소를 함께 기른다. 소가 들어서는 쪽은 구유의 벽을 조금 높게 만들고 비슷한 간격으로 서너 개의 구멍을 뚫어서 소의 고삐을 꿰어둔다.
통나무가 귀한 곳에서는 위는 넓고 바닥은 좁게 널쪽으로 짜서 쓰기도 하며 시멘트로 절구처럼 빚거나 돌을 우묵하게 파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돼지의 먹이를 담아 주는 구유는 흔히 돌이나 시멘트로 만들며, 바닥은 얕고 형태는 네모꼴이다.
통나무를 파서 구유를 만들었을지라도 이를 바로 쓰면 터지기 때문에 2∼3년 동안 그늘에 두어 오줌 따위를 받아 두었다가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예비구유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사랑채 부근에 두어 오줌을 받는데 이를 오줌구유라 한다.
한편, 농가에서는 외양간에서 흘러나오는 쇠지랑물을 구유에 받아 두었다가 거름에 쓰기도 하였는데, 이와 같은 내용은 ≪농사직설 農事直說≫에도 실려 있다.
강원도 정선군 일대에서는 구유의 머리 부분에 ‘구능 장군’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서 어린아이가 병에 걸렸을 때 이곳에 물을 떠놓고 빌면 아픈 것이 나으며, 이웃집에서 고기 따위의 맛있는 음식을 가져왔을 때 구유 머리에 가서 ‘여봐 꿍’ 하고 먹으면 탈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밖에 소가 더위를 먹었을 때 구유에 진흙을 바르고 진흙물을 강제로 입에 들이붓는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낫지 않으면 구렁이를 잡아 둥글게 감고 진흙과 함께 구유에 붙여 둔다. 소는 진흙 사이로 흘러나오는 구렁이의 썩은 물을 먹게 되며 더위는 곧 낫는다.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성덕리에서는 소가 개 떨듯이 심하게 떨며 열병을 앓을 때 ‘○게 걸렸다’ 또는 ‘귀신 붙었다’ 하여 구유 머리에 밥과 미역국을 차려 놓는데, 이것을 먹은 귀신은 반드시 물러난다고 믿는다. 또 강원도 고성군에서는 구유 위에 한지를 접어 걸고 이를 ‘구융님’이라 부르며 따로 모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