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절구로 『소대풍요(昭代風謠)』 권3에 수록되어 있다. 백대붕은 천한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사약(司鑰)을 지냈고, 선조 초년에 통신사 허성(許筬)을 따라 일본에 가서 시로써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이 시는 작자가 전함사(典艦司)의 서리(書吏)로 있을 때, 중양(重陽)을 맞아 술을 마시고 달밤에 밖에 누웠다가 지은 것으로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술 취해 산수유(山茱萸)꽃 머리에 꽂고 혼자 즐기니, 산에 가득한 밝은 달 아래 빈 병을 베고 있네. 옆 사람아, 무엇하는 사람인 줄 묻지 마라. 흰머리로 이 풍진세상에 전함사의 종노릇한다네(醉揷茱萸獨自娛 滿山明月枕空壺 傍人莫問何爲者 白首風塵典艦奴).”
달이 산에 가득히 밝은 밤에 다 따라 마신 술병을 베개삼아 베고 누웠으니, 그 멋을 상상할 수 있다. 또, 자기자신을 소개하면서 쓰라린 세상 살다가 머리가 희어졌는데, 겨우 전함사에서 종노릇한다고 탄식하고 있다. 이 시구 때문에 그의 시체(詩體)를 사약체(司鑰體)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