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는 지상에 수직으로 세운 막대이고, 규는 표의 아래 끝에 붙여서 수평으로 북을 향하여 누인 자[尺]를 말한다.
표(表)는 얼(臬)·비(髀)·기타 여러 가지 이름으로도 일컬어졌는데 태양에 의한 표의 그림자[影]를 측정하여, ① 방향(方向) 결정, ② 절기(節氣)와 1년[回歸年]의 길이 결정, ③ 시각(時刻)의 결정, ④ 지역(地域)의 한계 결정 등에 사용되었다. 규(圭)는 정오 때 표의 그림자를 정확히 측정하여 정확한 절기와 1년의 길이를 결정하는 데 쓰였다.
표 또는 규표는 인류역사상 최초로 고안된 천문학적 측정기구로서 이미 주나라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규표는 중국 장쑤성(江蘇省)의 동한(東漢)시대의 묘에서 출토된 동규표(銅圭表)이다.
《주비산경 周髀算經》에 따르면 고대에는 표의 높이가 주척(周尺)으로 8척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원나라 때 곽수경(郭守敬)은 허난성(河南省) 등봉(登封)에 높이 4장(丈)의 비석과 같은 구조의 규표와 이에 붙이는 경부(景符)를 고안해서 매우 거대하고 정밀한 것을 제작하였다. 고대 중국에서는 이미 춘추전국시대에 이 8척의 규표로써 1년의 길이가 365.25일임을 측정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규표가 제작된 기록은 조선 세종 때 경복궁 경회루 북쪽에 간의대(簡儀臺)를 쌓고 그 서쪽에 동표(銅表)를 세웠는데, 그 표(얼)의 높이가 5배8척, 즉 40척으로 곽수경의 동표와 같았고, 청석(靑石)을 깎아서 규(圭)를 만들고 규면에 장(丈)·척(尺)·촌(寸)·푼[分]의 눈금을 새겼으며 곽수경이 발명한 경부를 써서 태양의 그림자를 정확히 측정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 규표(圭表)는 임진왜란 때 병화를 입어 현존하지 않는다.
곽수경이 발명한 경부는 표의 끝을 지나는 햇빛이 규면(圭面) 위에 떨어뜨리는 그림자가 흐릿하게 번져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결점을 제거하기 위해서 규면 위에 비스듬히 태양광선에 직각으로 작은 구멍이 뚫린 동판을 대는 장치이다.
규표로 일년의 길이와 계절을 결정하는 이치는 황도(黃道)의 적도(赤道)에 대한 경사 때문에 태양이 적도로부터 남북으로 이탈되는 각도를 규표의 그림자로 측정할 수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