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부터 유행한 관경변상도는 조선 후기가 되면 중생을 주2에 따라 구품으로 나누어 정토에 왕생하는 모습을 주1한 불화가 크게 유행하였는데 이를 구품도(九品圖), 극락구품도(極樂九品圖)라고 한다.
관경십육관변상도(觀經十六觀變相圖)는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의 십육관상(十六觀想)을 도해한 불화로, 경(經)이 설해진 동기를 그린 관경서분변상도(觀經序分變相圖)와 극락세계를 관상하는 십육관법을 그린 관경십육관변상도(觀經十六觀變相圖)의 두 가지 유형으로 조성되어 왔다. 이 가운데 후자인 관경십육관변상도는 십육관 중에서 113관은 석가여래가 비탄에 바진 위데희왕비에게 정토를 관상하는 13단계의 방법을 설법하는 내용이, 1416관은 중생을 근기에 따라 9품으로 나누어 정토에 왕생하는 모습이 도해되었다.
그런데 조선 후기에는 『관무량수경』의 십육관 중에서 14~16관만을 나타낸 새로운 형태의 불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극락구품도'라고 하며 서울과 경기지역, 경상도 지역에서 다수 제작되었다.
조선 후기에 유행하였던 극락구품도는 왕생자가 극락에 다시 태어나는 공간인 연못이 강조되었으며 크게 두 유형으로 구분된다.
한 유형은 극락의 장면을 상단에 배치하고 구품연못은 하단에 그리면서 하나의 극락세계를 이루는 것으로 주로 경상도 지역에서 유행한 형식이다. 김천 직지사 심적암 「극락구품도」[1778년]는 아미타여래회도를 중심으로 구품연못의 연꽃에서 다시 태어나는 중생들의 모습을 표현하였으며, 이후 대구 동화사, 밀양 표충사 등에서 매우 유사한 형태의 그림들이 조성되었다.
반면 한성부와 경기 지역에서는 불화의 화면 내부를 가로로 2번, 세로로 2번 분할하여 총 9개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극락의 장면을 삽입시키는 도상 유형이 유행하였다. 흥천사 「극락구품도」를 비롯하여 고양 흥국사 「극락구품도」[19세기 중후반], 봉원사 「극락구품도」[1905년], 수국사 「극락구품도」[1905년] 등 주로 현재의 서울과 경기 지역에 있으면서 왕실로부터 많은 후원을 받았던 사찰에서 조성되었다. 「극락구품도」의 9개 공간 안에는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여러 청문중이 모여 부처의 설법을 듣는 아미타불회도의 도상을 비롯하여 극락세계의 전각과 연지(蓮池)를 그린 도상, 연지에서 태어나는 왕생자를 그린 도상으로 크게 구분된다. 연지에 왕생한 자에게 아미타불이 수기를 주는 것은 구품연화대 중 중품중생(中品中生) 이상에서 이루어지며 보살이 수기를 주는 것은 중품하생이나 하품상생이다. 그리고 연꽃 봉오리만 있는 것은 아직 극락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하품하생과 하품중생을 의미한다. 이를 전체적으로 보면 상단의 세 부분과 중단의 중앙 부분이 합쳐져서 아미타불회도가 된다.
극락구품도는 조선 후기 아미타신앙의 유행과 함께 지역적 전통 및 상황, 후원층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하였다. 경상도 지역은 전통적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반복적으로 특정 양식을 발전시켰으며, 서울 및 경기 지역은 왕실 후원과 함께 정교한 도상 분할과 표현이 두드러졌다. 극락구품도는 조선 후기 불교 신앙의 집약적 표현으로, 불교 미술 뿐 아니라 당시의 종교적 · 사회적 배경을 연구하는 중요한 불화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