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바탕에 수묵 담채. 세로 73.6㎝, 가로 109.4㎝.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의 오른쪽 상단에 ‘益齋(익재)’라는 관서(款署)가 적혀 있고, ‘李齊賢印(이제현인)’이라는 백문방인(白文方印)이 찍혀 있어 그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림의 내용은 호복(胡服) 차림의 다섯 사람이 말을 타고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광경을 그린 것이다. 소재와 묘사법 등에서 원나라의 수렵도 계통의 그림들과 밀접한 관계를 보여 준다. 구도와 배치는 세련되었다. 그러나 인물과 경물의 묘사는 당시의 불교 회화에 비해 다소 경직되고 미숙한 느낌을 준다.
근경의 한쪽 구석으로 경물의 비중이 강조된 변각적(邊角的)인 구도와 소나무의 굽은 모습, 차륜엽법(車輪葉法)의 솔잎 등에는 남송의 마하파적(馬夏派的)인 요소가 보인다. 그리고 화면 왼쪽의 가지만 남은 헐벗은 모습의 한목(寒木)에는 북송대의 곽희파(郭熙派)의 요소가 잔재해 있는 등 절충적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필치는 전반적으로 꼼꼼한 원체풍(院體風)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말의 몸과 안장 등에 가해진 약간 짙은 채색 기법과 인물의 묘사법 등은 공민왕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천산대렵도(天山大獵圖)」와 유사하다. 그래서 고려 말기 화풍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그림에서는 말의 묘사가 뛰어나다. 그것은 이제현이 원나라 연경(燕京)에 있을 때 만권당(萬卷堂)을 중심으로 말을 잘 그렸던 조맹부(趙孟頫) 등과 교유하였던 사실과 관련 있지 않나 생각된다. 유작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고려 말기의 화풍과 당시 회화 사조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중요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