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羅里)’는 한자 풀이로는 ‘비단처럼 아름다운 마을’을 의미하지만, 실제 지명은 백합과 식물인 섬말나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나리분지 일대에 섬말나리가 많이 자생했는데, 울릉도에 처음 들어온 개척민들이 식량이 부족했던 시기에 이 식물의 뿌리를 캐어 연명했다. 이로 인해 마을 이름이 ‘나리’로 불리게 되었고, 그 일대에 형성된 평탄한 지역을 ‘나리분지’라고 부르게 되었다.
나리분지는 울릉도 북쪽 중앙에 위치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칼데라(caldera) 지형이다. 해발고도 340~390m, 면적 약 2.2㎢로, 울릉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를 형성한다. 칼데라는 마그마 분출 후 지하가 비어 불안정해진 화산체의 정상부가 함몰되어 형성된 지형으로, 울릉도의 중심 산인 성인봉[984m]을 기준으로 북쪽 방향에 반원형으로 분포한다.
엄밀히 말해 나리분지는 2단 계단 형태의 칼데라 분지로, 고도가 약 450m인 알봉분지[위쪽]와 350m 내외인 나리분지[아래쪽]로 나뉜다. 나리분지 일대는 여러 차례의 화산활동으로 인해 2개 이상의 화산체가 중첩된 복합 화산지형을 이룬다. 칼데라의 함몰지에는 화구원[atrio]이라는 평탄한 바닥이 형성되고, 이후 소규모 화산활동으로 중앙에는 중앙화구구[central cone]가 만들어지는데, 이 역할을 하는 지형이 바로 알봉[538m]이다. 알봉은 점성이 높은 조면안산암질 용암이 멀리 흐르지 못하고 돔 형태로 굳어 생긴 것으로, 약 4만 년 전 울릉도 화산활동의 마지막 결과물로 추정된다. 모양이 새의 알과 닮아 ‘알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알봉분지와 나리분지는 모두 폐쇄 분지 형태를 이루며, 약 6만~1만 년 전에 분출된 막대한 마그마로 인해 형성되었다.
나리분지에는 과거 울릉도 자연 조건에 맞춘 너와 지붕과 억새로 지붕을 얹은 투막집이 많았으나, 현재는 관광객을 위해 두 곳에 전통 투막집이 보존되어 있다. 투막집은 나무를 우물 정(井)자 형태로 쌓아올리고, 바람과 눈을 막기 위해 처마 아래 외벽을 둘러친 구조로, 울릉도 고유의 전통 가옥이다.
분지 바닥은 화산재와 암석 틈이 많아 배수가 빠르기 때문에 논농사는 불가능하고 주로 밭농사만 이루어진다. 이곳에서는 명이나물[산마늘], 삼나물, 부지갱이, 미역취, 더덕 등 울릉도 특산 산채류와 일부 옥수수, 감자가 재배된다. 최근에는 나리분지를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면서 전망대, 공원,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섰고, 음식점, 카페, 숙박 시설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주요 관광지로는 전망대, 나리분지 숲길, 알봉 둘레길, 전통 투막집, 울릉국화 · 섬백리향 군락지, 용출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