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초기작으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함께 이상화의 대표작이다. 1923년 『백조(白潮)』 9월호에 이 시가 처음 발표되자 매우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으로 전해진다.
작품 말미에 ‘緋音 가온데서’ 라는 부기가 붙어 있으며, 이 때문에 「비음(緋音)-비음(緋音)의 서사(序詞)」를 비롯한 초기 여러 작품과 연작시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전체 12연 모두 2행으로 된 규칙성과 긴 호흡의 반복적 구문, 명령형 · 영탄형 · 청유형 어미의 많은 구사를 이 시의 형식적 특색으로 들 수가 있다. 띄어쓰기가 거의 무시되고 쉼표나 ―표에 의하여 긴 시행을 몇 단락으로 나누어 호흡을 가다듬게 하였다. 또한 밀착된 어휘 배열로 연속적이고 급박감을 주어 격정적인 감정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각 연마다 첫 행의 머리에 ‘마돈나’의 호칭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 시에서 ‘마돈나’를 ‘임’으로 하여 침실과 관련시킨 발상법은 다분히 서구적인 것으로, 보들레르(Baudelaire,C.P.)의 「마돈나에게(A une Madone)」와 유사하다. 오지 않는 애인, 곧 ‘마돈나’를 부르는 환상적인 요소와 병적인 관능 등이 그렇다.
이 시에서 ‘마돈나’는 ‘마리아’도 되고 ‘아씨’도 된다. 이때 ‘마돈나’와 ‘마리아’는 동격이지만, ‘아씨’는 범상의 세속적인 연인으로 상징된다. ‘마돈나’를 ‘아씨’로 하여 성역(聖域)에서 인간의 육체적 차원으로 끌어내렸기 때문에 관능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아씨는 육체이며, 마돈나와 마리아는 아씨의 신성화이며 동시에 미화(美化)인 것이다.
마돈나를 아씨로 하여 침실과 관련시킨 발상법은 독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이 바로 이 시가 가지는 변혁의 의미가 된다 하겠다. 이 때문에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 ‘몸만 오느라’,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와 같은 관능적 표현이 필연적으로 수반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러한 병적인 관능이 그 육체성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애욕(관능)의 진실한 모습, 나아가서 애욕의 의미부여(정신화)에 두고 있는 것으로 이상화의 내면적인 정열과 철학적인 명상, 그 체취까지 나타낸 것이다.
사랑의 절정에서 갈망하는 시인의 감정이 거의 병적인 격렬성과 자제할 수 없는 욕망과 충동의 광기(狂氣)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상화 문학의 생명이며, 동시에 그 시대를 대표하는 시적 경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