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의 하나이다.
상·하 2권 1책. 목판본. 권두에 이함(李涵)의 서문이 있으나 간행경위는 지면의 마멸이 심하여 알 수 없다. 권상에 시 67수, 권하에 시 41수가 실려 있고, 권말에 이규보(李奎報)의 묘지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궁중의 근신(近臣)으로 지내면서 선교(禪敎)의 선석(選席)에서 조계종(曹溪宗)의 인재를 뽑는 소임을 맡아왔고, 이 때 선발된 사람들과 뒤에 가까워져 선법을 좋아하게 되어 시집에 실린 시의 대부분이 중과 관련된 사실을 읊은 것들이다.
여행 중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차운구지부곡유제(次韻仇知部曲留題)」에서 “여관에서는 나그네 불쌍히 여겨 술을 싣고 들러, 창을 여니 북두성 그림자 은하수에 떨어지네. 강남도처에 행락이 한창인데, 하필 구구하게 괴로이 집을 생각하리(旅舍憐人載酒過 開窓斗影落銀河 江南到處宜行樂 何用區區苦憶家).”라 하여, 남방의 향락적인 생활과 자신의 여정을 읊은 시구는 유명하다.
이 시집의 전래본은 대개 해인사 동재(東齋) 소장의 여각판(麗刻板)에서 뒤에 영인해 낸 것들인데, 고려 고종 때에 새긴 판본은 해인사에 있다. 결판으로 인한 낙장이 많고 남아 있는 판도 글자가 마멸되어 거의 판독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권상의 1·2장, 11·12장, 그리고 권하의 6·7장은 판독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이다.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에서 간행한 『고려명현집(高麗明賢集)』 5집과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간행한 『한국문집총간』 2집에 영인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