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에 백광훈(白光勳)이 지은 한시. 칠언고시. 그의 ≪옥봉시집 玉峯詩集≫ 하권에 실려 있다. 이 시는 작자가 을묘왜란의 참혹상을 직접 목격하고 난 뒤 뒷날 그 때를 회상하면서 지은 작품이다.
이 시의 구성을 보면, 도입부에서 달량성의 폐허의 모습과 그 당시 작자의 감정상태를 서술하였다. 그는 난리를 겪고 난 뒤의 자신의 마음이 오래도록 죽어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전쟁이 가져왔던 충격이 심하였음을 묘사하였다.
전개부에서는 왜란 초기의 전황을 소개하면서 무고하게 희생되고 고통을 당하였던 민중들의 생활을 표출시키고 있다. 이어서 왜란 말기가 다가옴에 따라서 관군을 애타게 기다리던 안타까운 심정을 그려내었다.
정리부(整理部)에서는 전란 후의 느낌으로, 왜구로부터 받았던 치욕에 대한 분노를 구호(九湖)의 깊은 물이 마르고 월출산(月出山)의 높은 봉우리가 깎여 없어져 버린다 하여도 씻을 수 없을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끝에서 관군이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한 원망을 표현하여 중앙지배권력의 무기력함을 비판하였다. 이 시는 을묘왜란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양사준(楊士俊)의 <남정가 南征歌>와 좋은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