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104면. 1938년 대동인쇄소(大東印刷所)에서 간행하였다.
구성은 첫머리에 이헌구(李軒求)의 서사(序詞)가 있고, 다음에 Ⅰ·Ⅱ·Ⅲ·Ⅳ부로 나뉘어 38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으며, 마지막으로 저자의 발문(跋文)이 있다.
Ⅰ부에 <고독>·<독백>·<소곡(小谷)에서>·<추상 秋想>·<동경>등 12편, Ⅱ부에 <개성 個性>·<나의상상(想像)>·<나상 裸想>·<촉화 燭火>등 10편, Ⅲ부에 <백지 白紙>·<까치>·<밤>·<로맨스>·<길>·<밀려난 조개껍데기> 등 8편, Ⅳ부에 <우수 憂愁>·<청춘>·<범>·<자화상 37년> 등 8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헌구는 머리말에서 “이 시집은 이 땅의 삼십년대 인텔리의 지성(知性)의 비극을 추출(抽出)한 우수의 기록”이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단정은 이 시집에 수록된 <자화상 37년> 같은 작품에서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거기에서는 “아침에 나간 청춘이/저녁에 청춘을 잃고 돌아오며”, “드디어 우수를 노래하여/익사이전(溺死以前)의 감정을 얻었다.”고 노래하고 있다.
이 시집에서 드러나는 것은 일종의 불안과 우수이며 이와 같은 경향은 193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무시하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장미(薔薇)를 잃은 해’, ‘포성(砲聲), 절망(絶望), 하늘을 흐리든 날’, ‘니힐’ 등의 시어에서 시대의 분위기를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930년대의 시문학파가 심화된 서정성 속에 시대정신을 내면화시켜갔음에 반하여, 여기 수록된 작품은 지적인 관념어를 구사하여 시대정신을 표현하였다.
이와 같은 경향에서 볼 때 작품이 사변적·관념적이고 표현에 있어서도 추상어·관념어가 나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 또 ‘지적인 관념’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형상적 표현에 관심을 덜 기울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시집의 시는 기교보다도 내용을 중시하는 편향성을 띤다. “사유의 향방(向方)과 논리의 위상(位相)이/모도다 그 좌표(座標)를 일흘지라도/배리(背理)는 싯츨 수 없는 영원한 흑점(黑點)이다.”와 같은 구절에서 위에 언급한 특징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꼬리말을 통하여 “추상된 세계란 현실을 통하여서의 이상(理想)이거나 반역”이라고 말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작품의 특징은 작가 자신의 시정신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념성의 시적 지향은 시문학파의 기교성과 서정성, 그리고 모더니즘시의 회화적 수법을 지양하려 한 창조적 시도로서 가치가 있다. 그 극복의 방법이 바로 식민지 현실을 추상화하여 표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