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조광(朝光)』 10월호에 발표되었고, 1941년 5월 박문문고(博文文庫)에서 간행한 『이효석단편선(李孝石短篇選)』에 수록되었다.
작가의 고향 부근인 봉평 · 대화 등 강원도 산간마을 장터를 배경으로, 장돌뱅이인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 사이에 맺어진 하룻밤의 애틋한 인연이 중심이 되는 매우 서정적인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허생원은 하룻밤 정을 나누고 헤어진 처녀를 잊지 못해 봉평장을 거르지 않고 찾는다. 장판이 끝나고 술집에 들렀다가 젊은 장돌뱅이인 동이가 충주집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는 심하게 나무라고 따귀까지 때려 내쫓아버린다. 그날 밤, 다음 장이 서는 대화까지 조선달 · 동이와 더불어 밤길을 걸으면서 허생원은 성서방네 처녀와 있었던 기막힌 인연을 다시 한 번 들려준다.
낮에 있었던 일을 사과하던 끝에 동이의 집안 사정 이야기를 듣다가, 허생원은 사생아를 낳고 쫓겨났다는 동이의 어머니가 바로 자기가 찾는 여인임을 내심 확신한다. 허생원은 갑자기 예정을 바꾸어 대화장이 끝나면 동이의 어머니가 산다는 제천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혈육의 정을 느끼며 동이를 바라보던 허생원은 동이가 자기처럼 왼손잡이인 것도 확인한다.
이효석의 문학 세계가 응축된 작품이다. 허생원과 나귀와의 융합을 통해 허생원과 동이의 혈연적 관계를 암시하는 치밀한 구성을 보이는 이 작품은, 독특한 문체로도 1930년대 단편의 정점으로 인정된다.
또한 달빛 아래 메밀꽃이 하얗게 핀 밤길을 배경으로, 얽은 얼굴 때문에 여자와는 인연이 없던 허생원의 애틋한 사랑을 형상화 시킨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자연에 대한 동화와 동물적인 인간의 애욕이 향토성 아래에서 교차되면서 자연과의 합일된 심미적 차원으로 승화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지만, 1930년대의 문학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사실주의적 관점보다는 서정성과 인물의 내면심리에 보다 집중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효석은 이 작품에서 관능적 정서를 고유의 토착 정서에 여과시킴으로써 우리나라 산문 예술의 시정(詩情)을 승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또한 이 작품은 1930년대 대표 작가 중 하나인 이효석의 면모를 부각시킨 ‘분위기소설’이다.
특히, 회상 형식으로 이어지는 장돌뱅이 허생원의 애수는 산길-달빛-메밀꽃-개울로 연결되면서 신비스러운 작품 배경의 분위기와 함께 낯익은 한국 정서로 자리하고 있다.
이효석 문학의 백미(白眉)이자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단편소설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