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양세시기 洌陽歲時記≫(1819년) 9월조에 “단풍과 국화의 계절에 남녀가 놀고 즐기는 것이 봄에 꽃과 버들을 즐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사대부로서 옛것을 사랑하는 자는 많이 중양일에 등고하여 시를 짓는다.”고 간결하게 뜻이 잘 요약된 기록이 보이고 있다.
또 ≪동국세시기≫(1849년) 9월 9일조에는 “서울 풍속에 남북의 산에 올라서 음식을 먹고 즐긴다. 이는 등고의 옛 풍속을 답습한 것이다. 청풍계(淸楓溪, 청운동 소재)·후조당(後凋堂, 미상)·남한산·북한산·도봉산·수락산 등이 단풍구경에 좋은 곳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로 보아 등고는 한참 단풍철, 특히 중양절에 음식을 준비하여 산에 올라가 단풍을 즐기는 풍속으로, 여기에는 손꼽히는 명소들도 있었다는 옛 세시풍속을 알 수가 있다. 오늘날 봄·가을의 소풍, 특히 단풍철의 단풍구경과 기본성격을 같이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다만 ≪열양세시기≫의 문맥을 다시 분석해보면 일반 서민들로서는 춘추의 소풍과 같은 것인데, 특히 “사대부로서 옛것을 사랑하는 자는 많이 중양일에 등고하여 시를 짓는다(楓菊時 士女遊賞 略似花柳 而士大夫好古者 多以重陽日 登高賦詩).”고 해서 사대부 층일수록 중구(重九)일의 명절 숭상 경향이 뚜렷했던 느낌을 주고 있다.
또 ≪동국세시기≫가 “이는 등고의 옛 풍속을 답습한 것”이라고 한 것은 이 책이 ≪형초세시기 荊楚歲時記≫(6세기) 등의 이름을 들고 인용도 하고 있어서 중국 고대 이래의 등고의 풍속을 답습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중국의 ≪형초세시기≫도 9월 9일의 등고, 연회, 국화주들이 그 기원을 알 수 없으나 한대(漢代) 이래의 오랜 풍속이리라 하고 여러 가지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예컨대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 권7에 중구일의 등고시가 보여서 그 풍속이 오래고, 또한 사대부 계층성이 짙었던 느낌을 풍겨주고 있다. 요컨대, 늦가을 단풍철에 등산을 하고 하루를 즐기는 풍속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임을 말해주는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