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女性)』에 1936년 4월부터 연재하였고, 1937년 일월서방(日月書房)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제1시집 『빛나는 지역』(조선창문사, 1933)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책이므로 흔히 『렌의 애가』를 제2시집으로 일컫기도 한다. 초간본에는 산문집(散文集)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이후의 판본들이 제2시집으로 취급했던 데 따르는 오해이다. 이 작품집은 1978년까지 53판이 거듭되었고, 특히 1954년 무렵에는 약 4만 부가 판매되는 기록을 보이는 등 상당한 대중적 호소력을 발휘하였다.
‘렌(ren)’이란 아프리카 밀림지대에서 홀로 우는 새의 이름이다. 작가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애타는 내면을 이 렌이라는 새를 빌려서 토로하였다. 손쉽게 사랑할 수도, 혼인할 수도 없는, 손이 닿지 않는 절대 거리 밖에 위치하는 중년남성인 대상 ‘시몬’과 시적 자아 사이의 거리는 렌이라는 새의 고독감에서 비유적으로 묘사된다. 애상적 비애감이 일본 식민지 체제의 시대를 거쳐 전쟁을 배경으로 하면서 관심이 고조되어갔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이 작품의 주제의 통속성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개인이 사회로부터 소외될 때의 좌절과 장애가 자아 내면으로의 시각으로 전환된다는 시점으로 보면, 현실을 거부하는 이 작품의 서정적 자아는 여성적 시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국 근대문학에서 일련의 여성적 시각의 편향성(偏向性)과 일치된 문학적 특성이다. 전쟁과 같은 남성적 세계의 중화도 바로 이러한 지속성을 가지는 여성적 세계의 저력과 맞닿아 이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진리를 찾는 데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열렬하면서 칼 앞에서는 진리의 ‘예수’를 배반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몬 베드로의 행적과 관련시켜 ‘시몬’을 설정하게 된 것도 현실을 거부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적 국면의 표현이기도 하다. 식민지 시대의 우리나라의 남성상의 한계를 비유한 것이다. 따라서 6·25 이후에 나온 『렌의 애가』에 첨가된 이념의 대립이나 공산치하의 고통이 정신적인 사랑의 구가라는 관계에서 민족적인 비극을 논하는 관계로 수정·승화되었다는 견해에는 재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