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돈은 명문가의 자제이지만, 연인 달님(月主)과의 관계를 질투하는 거칠아비[荒宗郞]와 평양공주, 임금의 자리를 노리는 선마로[立宗] 등의 음모로 인해 고구려로 추방당한다.
고구려로 쫓겨난 이차돈은 그 번영에 놀라면서 무엇이 진정으로 신라를 위한 길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러한 이차돈의 재주를 높이 산 고구려 왕족 메주한가는 딸 버들아기[柳兒]와의 혼인을 제안하면서 이차돈이 완전한 고구려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차돈은 신라에서 온 자객을 살해하고 달아나던 중 백봉국사(白峰國師)를 만나 불법을 전하여 백성을 제도하는 것이 신라를 구원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욕망과 번뇌를 다스리고 불도에 정진한 끝에, 자신을 찾아온 달님, 별님, 버들아기 등과 함께 신라로 돌아와 불법을 전하다 순교한다.
「이차돈의 사」는 작가의 계몽주의적인 문학관을 기조로 하여, 신라7의 부국강병을 꿈꾸던 이차돈이 종교적 각성을 통해 중생을 구원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흔히 이 작품은 민족주의 이념을 역사적 차원에서 공인하려는 이광수의 의도가 투영되어 있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그러한 예는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가 원래 한 조상의 자손이었다는, 작중 인물 메주한가의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광수는 역사소설을 장르적 차원에서 인식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문학관과 이념 지향에 따라 역사적 인물과 소재를 자유롭게 형상화했다. 따라서「이차돈의 사」에서 소설의 기법이나 구성 등 ‘문학성’을 고려한 흔적은 미약한 편이다.
오히려「이차돈의 사」에서 일련의 역사적 사건과 그 재현만큼 중요하게 다룬 것은 이차돈을 둘러싼 통속적인 연애 문제다. 예컨대 이차돈과 달님, 평양공주의 삼각관계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면서 소설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애정 관계는 이광수의 다른 역사소설들에서도 도식적으로 도출되는 것이다.
기존에「이차돈의 사」는 작품 외적인 차원에서 작가의 민족주의 이념이나 역사의식의 한계 및 작품 내적인 차원에서 소설 형식의 미흡함을 근거로 비판받아 왔다. 그러나 역사소설을 단지 역사의식이나 그 사회적 효용 면에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이 작품이 이광수 개인의 이중적인 정치 행로와 자전적 삶의 영역을 환기한다는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