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고종 때 안민영(安玟英)이 지은 시조. 모두 8수의 연시조로 작자의 개인 가집인 『금옥총부(金玉叢部)』에 수록되어 있고 『가곡원류(歌曲源流)』의 여러 이본들에 두루 실린 것으로 보아 당시 널리 향유된 노래로 보인다. 작자가 1870년(고종 7) 겨울에 스승인 박효관(朴孝寬)의 운애산방(雲崖山房)에서 벗과 기생과 더불어 금가(琴歌)로 놀 때, 박효관이 가꾼 매화가 안상(案上)에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영탄한 노래라고 한다. 이에 따라 ‘영매가(咏梅歌)’혹은 ‘영매사(咏梅詞)’라는 별칭이 있다.
이 작품이 모두 8수로 짜여진 것은 우조(羽調) 8곡을 한바탕으로 하여 부르는 가곡창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 ‘초삭대엽-이삭대엽-중거-평거-두거-삼삭대엽-소용(騷聳)-우롱(羽弄)’의 악곡에 맞춰 8연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형식은 모두 평시조를 취했으나 제7연만 사설시조로 되었는데 그것은 그 곡이 사설시조를 주로 부르는 소용이란 악곡에 얹어 부르기 때문이다. 작품의 구성은 이러한 악곡적 짜임의 분위기와 긴밀한 관련을 보이는데, 즉 ① 1연(초삭대엽)-② 2∼5연(이삭대엽계 : 중거 · 평거 · 두거는 이삭대엽의 19세기 파생곡임)-③ 6연(삼삭대엽)-④ 7∼8연(소용 · 우롱)의 4단으로 되어 있다.
①에서는 원경(遠景)을 노래하되 밖에서 방안을 들여다보는 형식으로 진술되며, 매화, 여인, 백발옹, 거문고, 노래, 달, 술잔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다. ②에서는 시점이 원경에서 근경(近景)으로 바뀌면서 진술의 초점이 매화 자체에 모아진다. 그러면서 ‘눈 속에 피는 매화’,‘매화 향기 속의 달’을 묘사하되 가장 조화롭고 아정(雅正)한 사설을 얹어 부르는 곡에 어울리게 소박한 정서적 경이의 표현으로 그려 놓았다.
③은 ②에서 ④로 넘어가는 중간고리 역할을 한다. 즉 방안의 매화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②쪽으로 연결되면서 한편으로 독백체의 진술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④와 연결되는 진술 패턴을 보인다. ④에서는 시점이 방안의 매화에서 밖의 매화로 이동하여 노래하는 변화를 보인다. 매화에의 애틋한 사랑이 의식의 확산을 통해 방 밖의 매화로 확대되고 눈 속의 매화의 봄뜻을 기리는 소망을 잘 표현해 놓았다. 묘사와 미적 짜임이 뛰어나 작자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