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바탕에 수묵담채. 세로 44.2㎝, 가로 98.5㎝.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910년대에 서울 북촌의 어느 집에서 발견된 뒤, 한때 김홍도(金弘道)의 작품으로 알려졌으나, 그림의 왼쪽 상단부에 있는 ‘士能(사능)’과 ‘金弘道(김홍도)’라는 주문방인(朱文方印)이 고희동(高羲東) 등에 의하여 찍혀진 가짜 도장임이 밝혀져, 지금은 작자 미상으로 되어 있다.
이 그림은 구도나 화면의 여백으로 보아 좀더 큰 작품에서 개를 중심으로 잘려져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굵은 쇠사슬에 묶인 채 기둥 밑에 웅크리고 엎드려 있는 한마리의 맹견을 소재로 삼았으며, 전통적인 재료에 서양화의 기법을 채용하여 다루어졌다.
정면을 응시하며 엎드려 있는 개의 자세는 세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묘사되었고, 짧은 필치와 설채(設彩)에 의하여 처리된 털의 모습은 개의 근육과 관절의 구조를 암시하며, 대상의 입체감을 살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건물의 기둥과 마룻바닥도 음영법과 투시도적인 시각으로 표현되어 있어 사실성을 높여 주고 있다. 이러한 명암법과 투시도법은 모두 조선 후기에 전래되었던 서양화법을 특징짓는 요소들로서, 천주교 전래에 따라 청나라에 유입되었던 서양화 등의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그림은 우리나라 화단에 서양화법이 수용되는 초기의 과정을 연구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그러나 이 그림의 국적문제와 제작연대 등에 대해서는 좀더 깊은 고증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