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는 김동리가 지은 단편소설이다. 1936년 5월 『중앙』에 발표되었다. 1947년 을유문화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간행한 단편집 『무녀도』에 수록될 때 개작되었다. 1978년 장편소설 「을화」로 확장, 개작되었다. 김동리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액자구조이다. 이 작품은 ‘무녀도’라는 그림에 담긴 한 무녀의 사연 풀이를 통해 모든 것이 변해 가는 소용돌이 속에서 소멸해 가는 것을 지키려는 비극적인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인 시간을 초극함으로써 오히려 인간적인 삶의 보편성을 암시하려는 작가의 세계관이 천명되어 있다.
1936년 5월 『중앙』에 발표되었고, 1947년 을유문화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간행한 단편집 『무녀도』에 수록될 때 많은 부분이 개작되었다. 이후 1978년에 「을화(乙火)」라는 장편소설로 확장, 개작되었다. 서화와 골동품을 좋아하던 ‘나’의 할아버지가 생존할 때, ‘나’의 집에 나그네로 들렀던 벙어리 소녀와 그녀의 아버지가 남기고 간 「무녀도」라는 그림에 담긴 내력은 다음과 같다.
모든 것에 귀신이 들어 있다고 믿으며 귀신만을 섬기는 무당인 모화는 그림을 그리는 딸 낭이와 더불어 경주 잡성촌의 퇴락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어려서 집을 나갔던 아들 욱이가 이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모화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욱이가 신봉하는 기독교와 모화가 받드는 귀신 간에 갈등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모자간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신관(神觀)과 가치관 때문에 상호 용납하지 못한다. 각각 기도와 주문으로 대결하다가 마침내 모화가 성경을 불태우고, 이를 저지하려던 욱이가 칼에 찔림으로써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 뒤 마을에는 예배당이 서고, 힘을 잃게 된 모화는 예기소에서 죽은 여인의 넋을 건지는 마지막 굿판을 벌이게 된다. 모화는 드디어 무열(巫悅)의 상태에서 춤을 추다가 물 속에 잠기고, 낭이는 그를 데리러 온 아버지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 작품은 우리의 재래적 토속신앙인 무속(巫俗)의 세계가 변화의 충격 앞에서 쓰러져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무녀도」라는 그림에 담긴 한 무녀의 사연의 풀이로 제시된 이 작품은, 모든 것이 변해 가는 소용돌이 속에서 소멸해 가는 것의 마지막 남은 빛에 매달려, 이를 지키려는 비극적인 인간의 한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전체의 구성은 김동리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액자구조로서,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져, 이중(二重)의 허구화현상(虛構化現象), 즉 내부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 유발과 그것의 인증기능(認證機能)을 하고 있다. 한편, 내부 이야기도 모화와 욱이의 극적인 갈등이 중심을 이루면서 발단-전개-절정-대단원의 견고한 짜임을 보여준다.
발단에서는 퇴락한 집과 ‘사람냄새’의 대비, 인물들의 서로 다른 방언의 대비, 무속과 기독교적 신관의 차이 등을 통하여 이미 이야기 전체의 기본적 갈등을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모화와 욱이의 상호 거부 대립이라는 외적 갈등이 점진적으로 전개되며, 마침내 욱이의 죽음을 부르는 갈등으로 발전, 절정을 이룬다. 그 뒤 쇠퇴해 가는 모화의 자기 세계를 되찾으려는 마지막 굿과 죽음이 비극적인 대단원을 이룬다.
여기에서 모화의 죽음과 패배는 기독교의 승리로 볼 수도 있으나, 그러한 승패보다는 도도한 역사의 변화 앞에서 이에 맞서고 겨루어보려 한, 한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비극적으로 제시한 것에 이 작품의 의미가 있다. 「무녀도」의 그림이 전제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적인 시간을 초극함으로써 오히려 인간적인 삶의 보편성을 암시하려는 작가의 세계관이 천명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