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바탕에 수묵. 세로 122.4㎝, 가로 52.4㎝.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 그림은 묵매(墨梅)에 특히 뛰어났던 어몽룡의 대표적인 묵매도의 하나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월매도(月梅圖)」와 쌍폭을 이루는 그림으로 추정된다.
「월매도」가 조선 초기의 신사임당(申師任堂) 또는 이매창(李梅窓)의 묵매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중앙 집중적이며 수직성이 강조된 구도를 보여 주고 있다. 반면에 이 그림은 어몽룡보다 약간 뒤에 활약한 오달제(吳達濟)의 묵매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대각선을 이용한 새로운 화면 구성을 보여 주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즉, 매화나무의 굵은 수간(樹幹)이 S자를 뒤집어 놓은 듯한 곡선을 형성한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서 제일 끝 부분만이 가느다란 마들가리로 끝난다. 또한 S자 구도에 좀더 안정감을 주기 위하여 화면의 제일 아랫부분에는 거의 수평으로 뻗은 가지들을 배치하였다. 이렇게 하여 위로 올라간 가지들과 서로 맞물려 놓았는데,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그림 전체에 걸쳐 먹색은 중간 정도의 묵조(墨調)를 띠고 있다. 그리고 비백법(飛白法)을 많이 구사하여 시원하고도 박력 있는 필치를 보인다. 매화꽃의 꽃술이나 나뭇가지의 태점(苔點)은 짙은 먹으로 스타카토 방식으로 찍어 화면에 동적(動的)인 요소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가장 중심적인 수간이 몇 번 꺾어지며 곡선을 이루는 과정이 다소 인위적인 면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비백법의 필치나 곧게 뻗은 작은 가지들에서 화가의 기백을 엿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조선 중기 이후 새로운 묵매도 구도의 선구적 역할을 한 작품으로 우리나라 묵매의 한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