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를 일으키는 원인을 규명하는 것으로 불교의 인간관에 의하면, 인간은 다섯가지의 물질적 요소인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그 오온의 가합(假合)이 생명현실이며, 그 인연이 소멸하는 것을 죽음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오온이 실체인 양 착각함으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갖가지의 번뇌를 번뇌장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고뇌는 108가지로 열거되는데, 그 가운데서도 번뇌장은 가장 근본이 되는 번뇌로서, 그릇되게 ‘나’의 영원성과 ‘나’에 대한 집착을 일으키게 되는 근본원인이 된다.
이와 같은 이기적인 집착은 몸과 마음을 번거롭게 할 뿐 아니라 열반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룰 수 없게 한다. 그에 따라 덧없는 생사유전(生死流轉)이 번복되기 때문에 결국 번뇌장은 수도의 장애로서 파악되었다.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는 ≪금강삼매경론 金剛三昧經論≫에서 중생의 근본고(根本苦)를 이 번뇌장과 소지장(所知障)으로 이해하였다. 원효에 의하면, 번뇌장이라는 마군(魔軍) 때문에 일심(一心)의 진실이 왜곡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번뇌장의 극복은 불성(佛性)의 첩경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번뇌장은 끊임없는 업(業)을 유입시킴으로써 해탈을 방해한다고 보았다. 또 ≪이장의 二障義≫라는 저술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이 번뇌장과 소지장의 업연(業緣)을 논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