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炙子)나 전철(煎鐵)이라고도 한다. 모양은 솥뚜껑과 비슷하게 둥글넓적하며, 운두나 손잡이가 달린 것도 있다. 이러한 번철은 그 재료나 형태면에서 가마솥뚜껑과 유사하고 또, 최근까지도 농촌 산간지방에서는 번철 대신 솥뚜껑에 지짐질을 했던 것으로 미루어 대략 무쇠솥이 상용된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 사이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실은 신라시대로부터의 명절인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반죽한 쌀가루를 산과 들로 가지고 나가 주변의 국화잎을 뜯어 국화전을 부쳐먹었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번철에다 지짐질을 할 때에는 반드시 기름을 둘러야 하는데, 이 때에는 무나 호박을 갸름하게 썰어 여기에 기름을 묻혀 번철에 문지르면 된다.
또 번철은 다 쓴 뒤에 보관을 잘해야 다음번에 편히 쓸 수가 있다. 번철을 보관하는 법은 먼저 쇠격지가 생기지 않도록 사용 후에 반드시 번철을 수세미 같은 것으로 닦아내고, 녹이 슬지 않도록 여기에 다시 기름을 발라 기름종이에 싸둔다.
만일, 번철에 녹이 슬었을 경우에는, 우선 녹을 제거한 다음 기름칠을 충분히 하여 밀떡 같은 것을 부쳐 길을 들이면 된다. 지금은 이러한 무쇠번철 대신에 양은이나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프라이팬이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프라이팬은 얄팍하고 가벼워, 번철만이 가지는 육중하고 질박한 우리 고유의 토속적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