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애(無碍:걸림이 없음)한 행동으로 불법(佛法)을 유포하여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믿어진다. 특히 장수(長壽)와 원적(怨敵)의 퇴치, 재물의 증익(增益)을 도와주는 선신(善神)이다. 그 때문에 민간에서는 변재(辨財)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삼국유사』에는 이 천녀에 얽힌 설화 두 편이 있다.
사미(沙彌) 지통(智通)에게 까마귀가 와서 하는 말이 “낭지사(朗智師)에게 가서 제자가 되라.”고 하였다. 낭지사에게도 까마귀가 같은 말을 전하여 두 사람이 만나게 되었는데, 이 산의 주인이 변재선녀(辨才仙女)라고 하였다.
또 고승 연회(緣會)가 『법화경』을 공부하면서 은신하고 지냈는데, 원성왕이 그를 국사로 삼으려 하자 도망가던 중, 이인(異人)을 만난다. 밭가는 노인은 연회를 보고 “여기서도 살만한데 왜 멀리 가는가? 이름을 팔기가 싫지 않은가 보군!” 하고 말한다. 불쾌하게 여기고 자리를 떠난 연회가 한 노파를 만났는데, 그녀는 앞에 만난 노인이 문수대성(文殊大聖)이었다고 가르쳐 준다. 그 노파의 이름을 물어본즉 변재천녀라고 하면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두 기사를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의 변재천녀는 산신령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불보살(佛菩薩)이 민간신앙과 습합(習合)하면서 토착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설화이다. 즉, 신심 있는 도속(道俗)의 인연을 맺어주거나 은자(隱者)의 명성을 지키려는 명예욕에 대한 경계의 표식 등으로 나타난다. 산봉우리에 보살의 명칭이 붙여지고, 특정한 나무에 보살의 정령(精靈)이 깃든다는 사고를 통하여 불교의 대중화가 도모되는 한 실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