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가》는 작자, 연대 미상의 가사 작품이다. 형식은 4음 4보격 무한 연속체로, 2음보를 추가하여 6음보로 늘어난 행이 몇 군데 보인다. 필사본인 『정일당잡지』에 수록되어 있다. 진술 양식은 일인칭시점의 독백체 서술로서 주관적인 감흥을 서정적 양식에 담아 노래하였다. 허난설헌 문집의 ?지봉선화가? 일부 구절과 일치하고, 시상이나 시경이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허난설헌의 작품으로 추정한 바 있다. 노래의 후반부에 조선 시대 여인들의 섬세한 감정이 잘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규방가사로 파악하고 있다.
작자 · 연대 미상의 가사. 형식은 4음 4보격 무한 연속체라는 가사의 율격을 대체로 충실히 지켰으되, 2음보를 추가하여 6음보로 늘어난 행이 몇 군데 보인다. 필사본인 『정일당잡지(貞一堂雜識)』에 수록되어 있다. 진술 양식은 일인칭시점의 독백체 서술로서 주관적인 감흥을 서정적 양식에 담아 노래하였다. 어떤 이는 이 작품이 허난설헌(許蘭雪軒)의 문집에 들어 있는 「염지봉선화가(染指鳳仙花歌)」 · 「선요(仙謠)」 · 「선사(仙詞)」 ·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梁文)」 등의 일부 구절과 일치하는 대목이 있고, 시상(詩想)이나 시경(詩境)이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작품으로 단정한 바 있다.
그러나 「봉선화가」와 이들 허난설헌의 작품 사이의 유사성은 그 소재나 극히 짧은 일부 구절에 한정된 것이다. 「광한전백옥루상량문」 중에 “춘라 비단에 옥자를 써서 서왕모를 맞이하고(春羅玉字邀王母)”라는 구절과 「봉선화가」의 “춘라 옥자 일봉서를 왕모의게 부텻난닷”이 같은 화소(話素)이다. 또 「동선요(洞仙謠)」의 “자주 퉁소소리 가락 속에 붉은 구름 흩어지면(紫簫聲裏彤雲散)”이란 구절은 「봉선화가」의 “진유의 옥소소래 자연으로 행한 후에”와 유사하다. 이러한 부분적 유사성은 동일작가뿐 아니라 상이한 작가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한편 「봉선화가」는 시종일관 봉선화로 물들인 아름다운 손톱의 묘사로 전개되고 있다. 반면, 「염지봉선화가」는 봉선화를 단지 여인의 장식물이나 여인의 한 · 원망 · 그리움의 투영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살아 있는 개체로서 깊이 있는 생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이 전체 구조상의 유사성이 없는 한 동일작가로 추정하는 견해는 타당성이 없다. 더욱이 허난설헌의 유고(遺稿)를 정리하여 출간한 허균(許筠)은 그의 문집에서 정철(鄭澈)의 「사미인곡」 · 「권주사(勸酒辭)」 등의 가사 작품은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이에 반해, 그의 누이의 가사 저작 여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다는 점을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의 내용은 먼저 화자(話者)가 봉선화를 대하게 된 연유와 봉선화라는 이름의 유래, 봉선화의 아름다움과 향기 없음, 춘삼월에 봉선화를 심는 일 등 봉선화라는 제재의 주변적 사실로부터 시작된다. 이어서 긴긴 여름날 여공(女工)을 모두 끝낸 밤에 일하는 아이와 함께 봉선화로 손톱에 물들이는 모습과 그 과정을 노래했다. 다음날 거울 앞에서 눈썹을 그리려 하니 거울 속에 꽃이 만발한 듯한 아름다움과 꽃 앞에 나아가 그 아름다운 빛을 비교하는 모습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한 여인이 나타나 웃는 듯 찡그리는 듯, 사례하는 듯, 하직하는 듯함을 본다. 잠을 깨어 생각하니 꽃귀신일 것 같아 급히 꽃수풀로 나가본다. 땅 위에 붉은 꽃이 가득히 수놓아졌음을 보고 꽃밭에 떨어진 봉선화의 운명을 애석히 여기면서도, 다른 꽃과 달리 여인의 손톱 위에 오래 남아 그 절조를 나타냄을 강조했다.
「봉선화가」는 「규원가(閨怨歌)」와 더불어 허난설헌이 지었다는 전제 아래 규방가사(閨房歌辭)의 첫 작품으로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작품의 작자가 허난설헌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그러한 견해를 부정하기도 했다. 또한, 이 작품이 교술적인 계녀가(誡女歌) 계통에서 거리가 먼 점, 음수율이 4 · 4조보다 3 · 4조가 우세한 점, 시작과 종결의 형식, 어휘구사의 방식 등에서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한 규방가사와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는 단지 꽃을 대상으로 한 언어 유희라는 점과 자기 탄식에 그친 노래라는 점에서 양반가사에 귀속시키려고 하였다. 그 밖에 이 가사의 문학적 성격 면에서 차라리 규방가사가 아닌 일반가사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 노래의 후반부에 여인의 섬세한 감정이 잘 드러나 있고, 조선시대 여인들의 정서생활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 점, 깊은 규중에 갇혀 화초를 벗삼아 꿈을 키우던 여인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규방가사의 중요한 한 자리를 차지함을 부인할 수 없다. 이와는 또 다른 작자 미상의 「봉선화가」와 「화가(花歌)」 등 많은 꽃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는 이러한 계통의 가사 중 원형적 작품으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