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에 이색(李穡)이 지은 한시. 오언율시. 『목은시고(牧隱詩藁)』 권2에 실려 있고, 그 밖에 『동문선』 권10, 『기아(箕雅)』 권5, 『대동시선』 권1 등에도 전한다. 내용은 부벽루에 올라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의 고사를 회고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조화있는 묘사를 통하여 수준높은 한시의 세계를 과시한 작품으로 시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번 영명사를 지날 때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텅빈 성에 한 조각 달이 걸려 있고
해묵은 돌은 천년세월에 늙어 있네
기린마는 가서 돌아오지 않는데
천손은 어느 곳에 노니는가
길게 휘파람 불며 돌계단에 기대니
산은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이색의 시편(詩篇) 중에는 이 밖에도 「독두시(讀杜詩)」 등 명작이 수없이 많지만, 특히 이 「부벽루」는 그의 시를 대표하는 절창으로 꼽히고 있다. 그의 시의 장처(長處)를 잘 지적한 것은 조선 후기의 신위(申緯)일 것이다.
그는 정지상(鄭知常)의 「송인(送人)」과 이색의 이 「부벽루」를 비교하여 한 마디로 ‘위장부전요조랑(偉丈夫前窈窕娘 : 대장부 앞의 요조숙녀)’이라고 하였다. 이 작품에서 보여준 훤칠한 위장부의 모습은 이색의 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