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정은 부처님의 정수리에 도톰하게 솟아 있는 육계(肉髻:살이 불쑥 솟은 부분)를 뜻한다. 이는 부처님의 몸 가운데에서 가장 귀중하게 생각되는 부분으로, 이에 대한 신앙법회가 밀교의궤(密敎儀軌)에 의하여 행하여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소재(消災:재앙을 없앰)를 목적으로 불정도량이 자주 열렸다. 고려시대에는 불정도량 또는 불정소재도량(佛頂消災道場)·불정오성도량(佛頂五星道場) 등의 명칭으로 열렸다.
불정은 3불정·5불정이 있다. 3불정은 광대불정(廣大佛頂)·극광대불정(極廣大佛頂)·무량음성불정(無量音聲佛頂)을 말하고, 3부(三部)의 중덕(衆德)을 나타낸다. 5불정은 백산불정(白傘佛頂)·승불정(勝佛頂)·최승불정(最勝佛頂)·화취불정(火聚佛頂)·사제불정(捨除佛頂)을 말하고 부처의 5지(五智)를 나타낸다. 고려시대에는 3불정·5불정의 공덕에 의하여 재해를 방지하려는 법회가 궁중에서 가궐(假闕)을 지어 자주 열렸다.
불정도량과 관계되는 의식집으로는 『불정존승심의궤(佛頂尊勝心儀軌)』·『불정존승다라니경(佛頂尊勝陀羅尼經)』·『불정존승다라니염송의궤(佛頂尊勝陀羅尼念誦儀軌)』·『불정대백산개다라니경(佛頂大白傘蓋陀羅尼經)』·『불정방무구광명입보문관찰일체여래심다라니경(佛頂放無垢光明入普門觀察一切如來心陀羅尼經)』 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불정도량이라는 명칭의 불교의식이 행하여지지 않고 있지만 불정도량에서 많이 염송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정존심다라니가 곧 수능엄신주(首楞嚴神呪)로서, 현재 사찰에서 예불을 드릴 때에나 그 밖의 재공(齋供)이 있을 때 널리 염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