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낭자라는 이인(異人)에 관한 전기소설로, 『담정유고(藫庭遺藁)』 권9 「단량패사(丹良稗史)」에 실려 있다.
삭낭자의 성은 홍(洪)으로 견성(甄城 : 全州의 옛 이름)에 사는 거지였다. 그는 새끼를 꼬아 망태기를 만들어 길을 갈 때는 메고 다녔으며, 밤에는 반드시 그 속에서 잠을 잤으므로, 스스로 삭낭자라 하였고, 남들도 역시 그를 삭낭자라 불렀다.
나이를 물으면 언제나 스무 살이라고 대답하였다. 바둑을 잘 두었는데 고수와 두거나 하수와 두거나간에 단지 한 집만을 이겼으므로 세상에서 한 집 승부가 난 바둑을 가리켜 ‘삭낭자의 바둑 두는 법’이라 하였다. 새나 짐승이 얼어죽을 만큼 추운 날에도 그는 발가벗은 채 지냈으며, 누가 옷을 주더라도 받지 않았다.
원두표(元斗杓)가 견성윤(甄城尹 : 全州府尹)이 되었을 때 그를 불러 대접을 두터이하였으나 얼마 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수십 년 뒤 어떤 사람이 관서(關西) 길에서 그를 만났는데 옛날과 다름이 없었다고 한다.
허목(許穆)의 『기언(記言)』 별집 권 14에도 같은 이름의 「삭낭자전」이 실려 있다.
줄거리가 비슷하고 김려 자신이 전(傳)의 말미에서 “내가 야사를 읽다가 삭낭자의 사실에 접하였다.”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김려의 「삭낭자전」은 허목의 「삭낭자전」을 보고 지은 것인 듯하다.
허목은 삭낭자를 평하여 “광인 접여의 무리인가(狂接輿之倫耶).”라 하였고, 김려는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삭낭자는 명가의 아들로 문장을 잘 하였으나, 집안의 화를 만나 세상을 피한 것이다.”라 하여 삭낭자가 뜻을 못 펴고 자신을 숨기고 사는 인재였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