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중기에 이인로(李仁老)가 지은 오언절구이며, ‘유거(幽居)’라는 제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초여름 새울음소리를 들으며 깊은 산 속에서 살아가는 시인의 담담한 서정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소상팔경(瀟湘八景)」과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고려 초의 명문거족인 인주이씨(仁州李氏)의 가문에서 태어나, 정중부(鄭仲夫)의 난에 삭발하고 중이 되기도 했던 이인로는 성품이 편벽되고 급하여 크게 쓰이지는 못하였지만, 당시 죽림고회(竹林高會)의 맹주로 중국에까지 문명을 크게 떨쳤다.
스스로 “문장은 천성에서 얻어지는 것”이라 하면서도 후천적인 공부를 특히 강조하였다. 그래서 고사를 사용하되 부착(斧鑿)의 흔적이 없는 작품을 높이 평가하였다. 무신란으로 어지러워진 현실과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울분을 품었으며 지리산에 있다는 청학동을 찾아나선 일도 있었다.
홍만종(洪萬宗)의 『소화시평(小華詩評)』에서는 이 작품이 당나라의 시와 방불하다고 평가하였다. 말은 많지 않지만 산 속에 숨어사는 자신의 처지를 잘 그린 작품이다. 원시는 다음과 같다.
봄 가도 꽃은 외려 남아 있고
날 개도 골짝은 그늘에 가렸네
두견새 대낮에도 우는 것을 보니
내 사는 곳 이슥함을 비로소 알겠네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杜鵑諦白晝 始覺卜居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