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에 이제현(李齊賢)이 지은 한시. 칠언절구. 눈오는 밤 산중의 정경을 읊은 시이다. 『익재집(益齋集)』 권3을 비롯하여 『기아(箕雅)』 권2 등에 수록되어 있다. 제목이 ‘산중야우(山中夜雨)’로 전해지기도 하는데, 잘못된 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종이 이불에 한기가 돌고 불등(佛燈)은 어두운데/사미승은 한밤 내내 종을 치지 않는다/틀림없이 자던 손님 일찍 나간 것 꾸짖겠지만/암자 앞에 눈에 눌린 소나무 보려 했을 뿐이로다(紙被生寒佛燈暗 沙彌一夜不鳴鐘 應嗔宿客開門早 要看庵前雪壓松).”
일자(一字) 일구(一句)도 소홀함이 없이 교묘하게 다듬은 이 작품은 문자 그대로 정밀(精密)의 극치를 보게 한다. 문언(文言)으로 중국시를 배운 우리 나라 한시가 근본적으로 형식적인 기교에서 중국시를 따를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시는 이러한 방면에서도 손색없이 짜여진 작품이다.
‘숙객(宿客)’도 의례적인 ‘숙빈(宿賓)’을 선택하지 않고 보다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숙객’을 제조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상은(李商隱)의 시 “노형소진한등암 동자개문설만송(爐炯鮹盡寒燈暗 童子開門雪滿松)”에서 따온 것이 틀림없겠으나, 최해(崔瀣)는 “익로(益老) 반생(半生)의 시법이 이 시에서 다했다.”고 격찬하고 있다.